칠곡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권기태 교수 등 공동연구진이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에 국내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DT)’ 선별 진료소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권 교수는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확산한 지난달 23일 칠곡경북대병원에 국내 최초로 DT 선별 진료소를 설치해 운영해왔다. 패스트푸드 매장 DT처럼 방문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감염병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이 시스템 도입에 관한 최초 아이디어는 교신저자로 참여한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 교수에게서 나왔다.
김 교수는 “생물테러가 발생할 경우 약품을 배분하는 방법을 응용했다”고 밝혔다. 대량으로 발생한 환자가 몰려올 경우, 시설을 출입하지 않고도 의료진과 방문객이 신속하게 물품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또한 예약 시스템을 접목해서 방문자를 분산시켜 작은 주차 공간에도 선별진료소를 운영할 수 있었다. 사전 문진과 예약에서부터 수납에 이르기까지 휴대전화와 전자 기록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 검사가 이뤄지는 때를 제외하면 검사 대상자와 의료진 등이 대면할 일이 없다.
검사에는 약 10분이 소요돼 기존 선별 진료소보다 과정이 3분의 1로 단축됐다. 검체 채취 작업실을 소독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소모됐는데 이를 생략하게 된 덕분이다. 이에 따라 감염 확산으로 검사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초기에는 칠곡경북대병원 DT 선별 진료소의 검사 건수가 10∼20건에 그쳤지만, 점차 호응을 얻으면서 많을 때는 하루 검사 횟수가 150∼200건에 달했다.
이번 논문은 이처럼 칠곡경북대병원에서 DT 선별 진료소를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DT 선별 진료소의 전반적인 개념과 장점, 한계점 등을 짚었다.
대표적인 단점으로 ▲검사 대상자와 접촉하는 보건인력의 감염 가능성 ▲겨울철 감염병 발생시 실외근무자의 추위 문제 ▲장시간 근무자의 탈수 위험 등을 지적했으며, 그 보완책으로 ▲매 검사마다 가운 및 장갑을 철저히 교체할 것 ▲외부 근무자에게 온열기 제공 ▲1~2시간마다 근무교대 등을 제안했다.
칠곡경북대병원에 이어 사흘 뒤 영남대의료원에도 DT 선별 진료소가 생기는 등 많은 병원이 이 검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권 교수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유럽 등에서 논문에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을 보고 벤치마킹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