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나경원’과 ‘잘 모르는 이수진’ [찐심리포트-서울 동작을]

입력 2020-03-18 18:10 수정 2020-03-18 20:48


서울 동작을은 여야의 자존심이 걸린 대표적인 격전지다. 원내대표를 지낸 미래통합당 4선의 나경원 후보와 여당의 영입 인재인 판사 출신의 이수진 후보자 간 레이스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 찐심] 민주당은 지난 12년간 동작을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17대 총선에서 현대카드 회장을 지냈던 경영자 출신의 이계안 의원이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당선됐다. 18대에는 정몽준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전 대표가 당선된 후 줄곧 보수의 아성이 무너지지 않았다. 나 후보는 2014년 7월 재보궐 선거에서 929표 차이로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제쳤으며, 20대 총선에서 승리했다. 다만 최근 6년간 한 번도 보수정당 구청장이 당선된 적이 없다. 동작을 민심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평이다.

[현재 찐심]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팽팽하게 갈라진 민심을 보여준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 후보(36.6%)와 이 후보(36.2%)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 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거운동 10일차 정치 신인 이수진 “진정성으로 경쟁할 것”

이 후보는 선거운동 10일 차인 ‘정치신인’이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했던 그는 19년간의 판사 생활을 접고 지난 1월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민주당의 인재영입 13호로 들어온 그는 지난 5일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됐다.

지역구 현안과 동네 민심을 살피느라 하루하루가 부족하다. 이 후보는 18일 오전 이수역 인근 카페에서 지역 어린이집 원장 18명과 간담회를 했다. 이 후보가 빨간펜으로 일일이 자료에 표시하며 “다른 지역구 사례를 살펴보고 건의하겠다”고 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판사 출신이니 명확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12일 남성역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 후보가 앞서 선거운동을 하며 찾아갔던 곳들을 다시 찾아가서 진짜 민심을 들어봤다. 나 후보보다 낮은 인지도가 약점이다. 남성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모(58)씨는 이 후보에 대해 묻자 “누군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남성사계시장에서 20년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홍모(65)씨는 “이름 자체는 생소하다”면서도 “막상 대화를 해보니 자신감이 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부족한 인지도를 ‘진정성’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얼굴을 알리기가 쉽지 않지만 만나는 사람에게 “변하지 않고 (정치)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제가 어린 시절 불우하게 자랐고, 판사가 돼서도 서민과 약자, 소수자의 마음을 잊은 적이 없다”며 “변하지 않고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높은 인지도만큼 반감도 큰 나경원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나 후보가 고개 숙여 인사하면 주민들은 익숙한 듯 눈인사로 반겼다. 2014년 재·보궐 선거 이후 내리 6년 동안 그의 지역구였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 못 한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동작구민 박종찬(75)씨의 말이다. 이 지역에서 38년 식당을 한 이두표(73)씨는 “나 후보가 서초구와 동작구를 연결하는 ‘서리풀 터널’을 개통하는 등 지역에서 많은 일을 했다”고 평했다.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사당5동 인근에서 방역활동을 하며 지역주민과 만나고 있다. 나경원 캠프 제공.

다정함은 그의 강점이다. 남성사계시장 과일 가게에서 일하는 김영호(48)씨는 “나 후보는 ‘의원님!’이라고 외치면 와서 포옹도 한다”며 “선거철이 아닐 때도 한 달에 한 번은 지역을 찾아 섬세하게 주민을 챙겼다”고 했다. 나 후보는 토요일마다 주민들을 만나 정책 제언을 듣는다. ‘토요데이트’로 이름 지은 행사는 벌써 1000번을 넘게 했다.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원내대표를 한 4선 중진 의원이라는 수식어는 높은 인지도를 줬지만, 오히려 일부 주민에게는 반감을 샀다. 나 후보가 명함을 건네자 곧장 땅바닥에 내버리는 주민도 있었다. 흑석시장에서 50년 동안 반찬 가게를 한 이모(73)씨는 “나 후보에게 여기 오지 말고 단식이나 하라고 했다”며 “청년들 취업도 안 되고 경제도 어려워서 다들 힘든데 비방하고 싸우는 모습만 보이는 게 좋지 않았다”고 했다.





‘강남 4구’ 바라는 지역구 민심…부동산, 교육 이슈 누가 만족시킬까

이 지역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맞붙어 있다 보니 부동산과 교육 정책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사당신동아아파트 주민 이모(37)씨는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제시하는지 보고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동작을(사당 1~5동, 상도 1동, 흑석동)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곳 중 하나다. 부동산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들어서 집값이 왕창 오르지 않았느냐”며 “집값 올라서 떠난 주민도 많고, 여당이 쉽지 않을 거다”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원이슈클라우드(서울 동작을). 아파트가 1위를 차지했다.

일부 주민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정부에 돌렸다. ‘경제 심판론’ ‘정권 심판론’은 ‘일류 동작 강남 4구’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나 후보 경쟁력의 밑천이기도 하다. 택시기사 강모(71)씨는 “새벽에 일하면 평소에 3분의 1 벌이밖에 못 하는데 문재인정부 탓”이라고 했고, 식당을 하는 이씨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나서 5명 고용하던 걸 3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식당 손님들이 다들 ‘민주당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나 후보는 “공약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선 의원으로서 실천할 수 있다는 힘이 있다는 게 내 장점”이라며 “이번에 5선이 되면 주민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미래의 정치지도자에게 힘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게 동작의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강남 4구라는 슬로건은 동작구를 강남 8학군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로 하는 것”이라며 재개발된 흑석동 뉴타운에 고등학교를 유치하는 이슈 등 동작구의 교육 자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맞선 이 후보는 “나 후보가 그동안 말로만 ‘강남 4구’를 외쳤다는 말을 주민들에게서 많이 듣는다”며 6년 동안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걸 부각했다. 이 후보는 “흑석동의 고등학교 유치 문제, 청년 일자리, 우리 지역에 부족한 문화콘텐츠 등을 꼭 해결하겠다”며 “집값이 올라서 곤란한 분들이 많은데 국회에 입성하면 꼭 부동산 문제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본 찐심은]
박재현 기자 “왕창 오른 동작 집값, 여당에 악재 될까”
김용현 기자 “나경원 모르는 사람 없고, 이수진 아는 사람 없다”

김용현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