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컨트롤 타워도 ‘비상’… 복지부 차관·수도권 주요 병원장 자가격리

입력 2020-03-18 17:52 수정 2020-03-18 18:31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 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진료가 중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지난 6일 오후 이영상 병원장(가운데)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방역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까지 넘보고 있다. 수도권 병원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채 정부 고위관계자 및 다른 병원장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자칫 의료 현장이 마비되고 정부의 통제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해 온 정부가 정작 화상 회의 등 대면 접촉 최소화를 실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도 성남시와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영상 분당제생병원장은 1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원장은 지난 11~12일 사이 두통 증상을 느꼈다. 문제는 이 원장이 지난 13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 주재로 열린 수도권 대학·종합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다. 서울 모처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23명의 병원장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에 따라 회의를 주재한 김강립 조정관을 포함한 복지부 소속 공무원 8명과 대형병원 수장들이 잇따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소속 참석자는 없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성남시보건소와 방대본 역학조사관들이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 등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며 “접촉자로 확정된 게 아니라서 보건소가 자가격리 지침을 내린 건 아니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회의 참석자들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일각에서는 감염병 컨트롤타워로서 정부의 인식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나온다. 감염병 최전선에서 일하는 병원 관계자들을 불러모은 것 자체가 화근이었다는 지적이다. 병원장 간담회는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지역·의료기관급에 따라 4차례로 나뉘어 열렸다. 12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복지부 장관)은 병원장들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김 조정관이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그 영향은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6일에도 14명의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확진 판정 전날 김 조정관은 기자단과 중대본 관계자들이 배석한 언론 브리핑을 했고,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접촉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김 조정관 양 옆으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배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