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런 고3 학생들… “중간고사, 수행평가 대체는 말도 안돼”

입력 2020-03-18 17:27
서울 용산고등학교 교실 창문에 18일 '합격 기원'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교실의 책걸상은 중간·기말고사, 수능 모의평가 등이 실시되는 시험일처럼 분단별로 일렬로 줄지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 연기로 인해 1학기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고3 수험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사 재량으로 평가되는 수행평가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고, 시험 횟수가 줄어드는 것도 불리하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이모(19)양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절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행평가는 교사가 주관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양은 “혹시라도 여러 학생이 참여하는 조별과제 형태의 수행평가로 중간고사를 대체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주변에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친구는 정말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프레젠테이션 등 발표로 대체하는 수행평가도 많은데, 평소 학업 성적이 좋아도 내성적이거나 발표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이런 수행평가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학생과 학부모 모두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학이 늦춰지면서 1학기 중간고사를 제때 치르기 힘든 상황이 되자 지난 12일 1학기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수행평가 외에도 문제는 많다. 만약 공정성 시비 등의 우려로 인해 수행평가로 치르는 중간고사의 성적 반영 비율을 낮추면 그만큼 기말고사의 비중이 더 커진다. 고3 수험생 정모(19)양은 “평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두 번에 나눠 치를 시험을 한 번에 치른다면 기말고사에 대한 너무 부담이 커진다”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개학이 늦어지면서 학사일정을 예측할 수 없게 된 것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선 상당히 난감한 일이다. 경기도의 한 고교에 다니는 구모(19)군은 “수시 원서를 접수하려면 여름방학 때까지 대입용 자기소개서를 완성해야 한다”며 “개학 연기로 짧아진 여름방학에 수학능력시험과 자소서 준비를 병행하면 뭐 하나 제대로 준비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송모(19)군도 “보통 9월은 수시모집하는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는 기간인데, 학사일정이 밀릴수록 수능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다”며 “이러면 정말 재수생만 유리해지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혼란에 빠진 고3 학생들은 교육당국이 올해 학사 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공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양은 “언제 개학하는지, 수능은 언제 치르는지,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아 계획을 전혀 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다 두루뭉술해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우진 최지웅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