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방법’은 퇴장했지만 이토록 멋진 한국판 장르물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시청자는 여운이 남는 모양이다. ‘방법’ 결말의 의미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드라마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다.
김용완 감독은 18일 국민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방법’ 결말에 대해 “진종현은 백소진이 방법해서 죽인 게 아니라 저주의 신 이누가미가 진종현을 숙주로 삼다가 몸을 포레스트 앱으로 옮기면서 스스로 생명이 끊어진 것”이라며 “백소진은 자신이 정상적인 아이로 살아가길 원하는 임진희의 진실된 마음을 느끼고 자신 속에 붙잡고 있는 진종현의 악귀를 소멸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방법’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와 정의로운 기자가 이끄는 초자연 유니버스 드라마다. 17일 방송된 최종화에는 진종현(성동일), 백소진(정지소)의 엔드게임이 벌어졌다. 저주의 신 이누가미는 진종현의 육신에서 포레스트 앱으로 몸을 옮겼고 백소진은 임진희(엄지원)의 무의식에서 악귀와 연결을 시도해 포레스트 앱으로 옮겨진 이누가미를 품었다. 이누가미가 숙주로 삼았던 진종현은 자연 발화했다. 방송 말미에는 혼수상태에 빠진 백소진의 모습이 담겼다.
다음은 김용완 감독 인터뷰 일문일답.
-만족하는 연출 장면은.
“진경과 석희의 굿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촬영팀, 미술팀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조화가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배우들이 무속팀과 함께 연습한 시간과 노력이 영상에 진정성 있게 녹아드는 순간에는 성취감까지 느껴질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무속팀이 따로 있었나.
“글은 재미있지만 영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고 어려웠습니다. 영화 ‘곡성’의 무속 자문을 해주셨던 전문가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굿 장면과 관련해 작품 내∙외적인 부분을 미술 감독님, 배우와 함께해주셨습니다. 함께 하는 좋은 사람들을 통해 모르던 세계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속이란 것이 정답이 있는 게 아니지만 그 나름의 규율과 체계가 존재합니다. 무속팀의 노력과 열정으로 디테일이 채워지면서 이야기도 풍성해졌습니다.”
-연출하면서 참고했던 작품 있나.
“영화 ‘서스페리아’에서 그린(녹색천)으로 감싼 팔다리에 꺾인 모형 팔을 붙이고 나중에 CG로 지우는 작업을 참고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촬영에서는 CG보다 ‘김주환’ 역의 최병모 배우의 열정이 더 도움이 됐습니다. 현장에서 스태프 모두 기대 이상의 방법 당하는 연기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방법 당하는 장면 어떻게 연출했나.
“연상호 작가가 영화 ‘부산행’에서 알게된 본브레이킹(관절을 꺾는 춤)댄서 전영 안무가를 소개해줬습니다. 현장에서 안무팀이 대역으로 허리가 꺾이는 장면 같은 고난도 장면을 표현했습니다. 몸이 기괴하게 꺾인 더미(인형)도 제작했지만, 실제 배우의 열연이 더욱 빛났던 장면이었습니다.”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엄지원 배우의 연기는 섬세했습니다. 항상 상대 배우를 챙기며 전체적인 그림을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조민수 배우는 독보적인 카리스마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조민수 배우의 노력이었고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성동일 배우는 선악이 공존하는 어려운 캐릭터인데도 엄청난 노하우로 다양한 톤을 준비해왔습니다. 대선배지만 막내 스태프까지 챙기는 인간적인 모습과 카메라가 돌면 무섭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정지소 배우에게서는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캐스팅을 할 때 데이터를 통해 판단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번에 느낌이 오는 경우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암울하고 아픈 캐릭터였지만 실제로는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가졌습니다.”
-기억나는 명대사 있나.
“소진이 진희에게 했던 ‘우린 이제 운명공동체에요’라는 대사입니다. 같은 팀이라는 느낌도 들면서 무서운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진이 진희를 택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 매우 의도된 것이기에 이 말은 어린 소진이 아닌 악귀가 진희를 옭아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최종화에 담긴 의미는.
“진종현은 소진이 방법해서 죽인 게 아니라 저주의 신 이누가미가 진종현을 숙주로 삼다가 몸을 포레스트앱으로 옮기면서 진종현 스스로 생명이 끊어진 겁니다. 또한 소진은 자신이 정상적인 아이로 살아가길 원하는 임진희의 진실된 마음을 느끼고, 자신 속에 붙잡고 있는 진종현의 악귀를 소멸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장르물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평소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였는데 무엇보다 대본이 재미있었습니다. 대본을 읽자마자 ‘재미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들을 연출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드라마는 영화보다 더 많은 분량을 더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해야 했습니다. 방송에 대한 반응이 실시간으로 오는 점도 신기했습니다.”
-연상호 작가와는 어떤 식으로 소통했나.
“통화나 문자도 많이 했고, 자주 만나기도 했습니다. 서로가 의견을 내거나 연락하는데 거리낌 없이 편했습니다. 특별히 연상호 작가의 대본이라서 부담스럽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독 경험이 있어서인지 제 판단을 매우 신뢰해주셨습니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라도 후회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연 작가와 좋은 작품을 함께 보며 큰 그림의 ‘방법’ 시각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던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향후 계획은.
“일단 ‘방법’의 영화화 작업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