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교민도 귀국한다…재외국민 수송 ‘초비상’

입력 2020-03-18 17:1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국가가 국내·외 이동을 통제하는 극단적 대책을 내놓으면서 재외국민의 귀국 수단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맹렬한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약 350명이 전세기편 탑승 의사를 밝혔다. 루손섬을 전면 통제한 필리핀에서는 최소 1200명이 귀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이 폐쇄된 페루에서는 해발 3000m 쿠스코 고지대에만 우리 국민 84명이 체류 중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8일 “국내, 국외 이동을 통제하는 국가가 늘어 관련 동향을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재외국민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귀국 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교민 수송의) 대원칙은 현지 교통편을 이용토록 안내하는 것”이라며 “그러지 못할 경우 정부가 귀국 방안을 강구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임시항공편 편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밀라노 주재 총영사관이 담당하는 이탈리아 북부에서만 우리 국민 350여명이 전세기편 탑승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기편은 현지 한인회와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한인회와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전세기를 띄울 방침이나 일정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10시간 넘는 비행시간 동안 승객 간 접촉을 어떻게 차단할지, 귀국 후 격리조치를 시행할지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한항공 측은 전세기와 별도로 기존의 이탈리아 직항편을 이용해 우리 국민을 수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민간 항공사라도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정부가 임차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으로 운항을 할 여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은 이탈리아 내 자국민 수송을 위한 전세기편 마련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필리핀에서는 루손섬 봉쇄 조치에 따라 우리 국민 1200여명이 귀국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루손섬은 필리핀 인구의 절반 이상인 5700만명이 거주하는 섬으로 우리 교민 규모도 5만~6만명이다나 된다. 루손섬이 전면 봉쇄되면서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는 탈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필리핀 운항 여객기를 대형기로 변경하고 횟수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정부는 전세기 편성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페루는 17일(현지시간)을 기해 국경을 폐쇄하면서 우리 국민 150여명이 고립된 상태다. 이중 84명은 수도 리마에서 약 1000㎞ 떨어진 쿠스코 고지대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페루에서 귀국을 원하는 우리 국민은 14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쿠스코에서) 수도 리마까지, 그 다음으로 페루에서 한국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타국의 전세기편을 함께 이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