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의 일방적 태도, 정신 못차렸다”…범진보 갈등 격화

입력 2020-03-18 17:18 수정 2020-03-18 17:50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이 비례연합정당 협상 과정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독단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는 등 범진보 진영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양 원장이 그동안 비례연합정당 관련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상황에서 범진보 진영의 의견을 두루 조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게 정개련 측 주장이다. 이들은 친문 핵심인 양 원장이 친문 성향의 ‘시민을위하여’를 플랫폼으로 점찍어놓고 사실상 민주당 위성정당을 만들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개련은 18일 서울 종로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원장을 협상 책임에서 교체하고 징계하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연합정당 성공을 위해 그 어떤 논의에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며 연합정당 참여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협상 채널로 양 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을 소개받았는데 그들은 매우 일방적이고 연합정신을 훼손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조성우 공동대표는 “참 정신 못차리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민주당 내 양 원장을 비롯한 소수의 사람들이 준동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협상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양 원장은 지난 13일과 14일 전화를 통해 두 차례 정개련 측에 ‘시민을위하여’와 18일까지 통합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지난 16일 직접 만난 자리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17일 민주당이 ‘시민을위하여’ 등과 연합정당 협약식을 맺은 것이다.

하 위원장은 “일방적인 시한을 정해서 통합하라고 하고 자신들이 제시한 시한이 안됐는데도 어제갑자기 개문발차했다”며 “처음부터 ‘시민을위하여’로 정해놓은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당도 성명을 내고 “집권여당의 위성정당 만들기로 전락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시간이 촉박해서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개련이 플랫폼 통합 불가 원칙을 분명히 함에 따라 비례연합 참여를 지체할 시간이 없어 서둘러 창당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라도 정개련이 함께 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해찬 대표는 관련 상황을 양 원장으로부터 하루 두 차례씩 보고받았고 17일 개문발차식 출범을 재가했다”고 덧붙였다.

추후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협상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개련과 함께 갈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정개련과는 의견이 조금 맞지 않는다. 그래서 같이 가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을위하여’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연합정당 당명을 ‘더불어시민당’으로 정하고 비례대표 후보 공모 및 영입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투표용지상 기호를 끌어올리기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 파견도 요청할 계획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