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코로나19발 불황에 맞서 수백조원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개인과 기업에 대한 현금지원 긴급대출 대출보증 세금면제 등을 망라한 과감한 정책패키지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국가들은 바이러스로부터 경제를 지키기 위해 ‘백지수표를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럽 국가들은 17일(현지시간) 일제히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산세가 가파른 스페인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갖고 2000억유로(274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공개했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5%가 넘는 금액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푸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대책은 긴급대출, 신용보증, 직접적인 재정지원으로 이뤄져 있다. 2000억유로 중 절반은 기업 대출에 쓰일 예정이다. 산체스 총리는 정부가 기업의 부도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확진자는 이날 기준 1만1800명을 넘어섰고 이중 530명 이상이 숨졌다.
영국 정부도 3300억파운드(약 496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에 담보대출 상환을 3개월 유예하고, 규모와 관계없이 식당과 영화관 등의 사업세를 1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일정 규모 이하의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에는 추가로 현금 보조금이 지급된다. 영국은 지난 11일 300억파운드(약 45조원)가 투입되는 코로나19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정부 개입이 뒷받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도 5000억유로(약 687조)의 대출보증에 나선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무제한의 유동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대기업 국유화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의 대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투입이나 국가의 지분인수가 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국유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도 6000억크로나(약 77조원)에 달하는 부양책을 발표한 상태다.
CNN은 런던발 기사에서 이런 움직임을 소개하며 “유럽 정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심각한 불황으로부터 기업과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백지수표(blank checks)를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만간 경제대책을 내놓을 일본도 자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 열린 자민당 양원 의원총회에서 “과감하고 강대한 경제 정책을 전례에 구애받지 않고 대담하게 손질해 가자”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09년 1인당 1만2000엔(약 13만원)씩, 총 2조엔(약 23조원)을 풀었다. 이번에 지급할 금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