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천문학적 경기 부양책 발표에도 18일 코스피 지수가 4.86% 급락하며 1591.20까지 주저앉았다. 주가 반등을 지탱할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600선마저 무너지며 10년 전 지수로 되돌아갔다. 원·달러 환율도 1245.7원까지 치솟으며 10년 만에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각국 중앙은행의 ‘제로(0) 금리’ 선언도, 1조 달러(약 1200조원) 넘는 재정정책 발표도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앞에선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코스피는 이날 개장 직후 0.82% 오름세로 출발했다. 그런데 오후 2시부터 갑자기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외국인(5896억원)과 기관(4324억원)이 ‘동반 팔자’에 나서며 장 마감 직전 1600선이 붕괴된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연기금마저 46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 지수 역시 장중 한때 2% 넘게 올랐지만 코스피와 함께 급락세로 돌변했다. 결국 5.75% 내린 485.14에 마감해 500선마저 내줬다.
전날 미국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5~6% 급등하며 상승 기대감에 젖어있던 금융시장은 또 다시 패닉에 빠졌다. 한국거래소는 “장중 북미 공장의 셧 다운(가동 중단) 소식 등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며 매도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 낙폭은 일본(닛케이225, -1.68%) 중국(상하이종합, -1.83%) 등과 비교해도 유독 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로 호주 증시가 급락하고 구리 등 선물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부정적 뉴스가 나오긴 했지만, 국내 증시만 크게 내릴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공포에 채권시장도 출렁였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050%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1.502%로 6.1bp나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CO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도 배럴당 2.52% 내린 26.27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