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폭락 본질은 공포아니다” 개미들은 공포감 없이 사들여

입력 2020-03-18 16:48 수정 2020-03-18 18:08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1.24포인트(4.86%) 떨어진 1,591.20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의 부실한 체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 때문이라고 탓하기에는 국민들이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오히려 공매도를 수수방관하며 외국인과 기관에 과도하게 관대했던 정책들이 지금의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81.24포인트(4.86%) 내린 1591.20으로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이 585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10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기관도 동조해 4315억원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개인은 9108억원을 순매수했다.

코로나19 공포감 때문에 증시가 떨어졌다고 할 수 있으려면 개인이 주식을 과도하게 파는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코스피가 1600선까지 무너지는 동안 개인은 오히려 주식을 사들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17일까지 개인은 코스피에서 15조205억원어치 주식을 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6.1% 하락하는 것에도 아랑곳 않았다.

(뉴욕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가 17일(현지시간) 급반등에 성공하며 폐장하자 뉴욕증권거래소 장내의 한 트레이더가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증시 폭락의 원인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다. 외국인은 18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하물며 전날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6% 안팎 상승하는 동안에도 한국 주식만큼은 팔았다. 한국은행이 ‘제로 금리’ 정책을 발표한 순간에조차 소용없었다. 제로금리 발표 직후인 전날 외국인은 1조93억원을 팔았다. 정부가 고심해 발표한 정책 수단이 외국인에게는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개인이 매수하는 데도 국내 증시가 떨어졌다는 것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과 기관에 의존해 왔음을 보여준다. 그 동안 공매도를 수수방관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손에 막대한 이익을 손에 쥐어주던 금융당국의 안일함이 국내 증시의 기초 체력 부실을 부채질했다.

미국은 고의로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르고 결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징역 20년을 선고한다. 영국은 벌금 기준이 무제한이다. 프랑스는 영업정지를 시킨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코스피가 상승 출발한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 101곳 중 45곳에만 경미한 과태료를 부과했다. 나머지 56곳은 단순 주의 처분만 받았다. 불법 공매도가 적발돼도 과태료가 부당이득보다 적으니 근절할 기미가 안보인다.

KRX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매도 6개월 금지 조치를 발표한 이달 13일까지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32조7083억원이다. 이 중 외국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18조183억원이고 기관 투자자는 14조3001억원을 투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 시장에서 무분별한 공매도를 이행하는 순간에도 금융 당국은 손 놓고 있었다.

주식 시장이 신뢰를 주지 못하다보니 개인의 자금 75%는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 회사에 투자가 됐다면 경기 순환이 더 원활했을 지도 모른다. 부동산 외에 투자처를 만들어놓지 않고 부동산 과열을 잡겠다고 국민을 상대로 선포하는 모습은 기만적이다.

최근 개인들이 코로나19 공포에도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개인 투자자에게는 코로나19 공포 심리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건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와 그들의 비상식적인 이익을 수수방관하고 있던 금융 당국의 안일함이였을 지도 모른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