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가운데 정상 개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올림픽이 7월에 열릴 수 있을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예정대로 올림픽을 진행하겠다’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약속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했던 국가와 선수 수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현재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15개국 출신이 전체의 36%에 달했다며 선수들 간의 감염 위험성을 제기했다.
제라르도 초월 조지아주립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여름에 기온이 올라가면서 전파 속도가 감소한다고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조치 없이 감염을 충분히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한발 더 나아가 올림픽을 내년에 개최하자는 의견을 냈다. AP통신은 이날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준비하자’는 제목의 칼럼에서 “가장 좋은 시기는 내년”이라고 주장했다. 올림픽을 1년 뒤로 미루는 것이 무관중 경기나 전면 취소보다 더 나은 선택지라는 제안이다.
AP통신은 “고집스럽게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 의사를 밝히던 IOC와 일본 조직위도 서서히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아직까지 IOC에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불확실성을 한 달 넘게 지속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선수 출신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올림픽을 넉 달 앞두고 선수들이 훈련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는데 IOC는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플랜B조차 없다는 것이다.
캐나다 출신 IOC 위원이자 아이스하키 금메달리스트 헤일리 웨켄하이저는 자신의 트위터에 “상황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책임하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훈련 시설이 문을 닫고,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지역별 예선 대회가 연기됨에 따라 선수들은 당장 내일 어디에서 훈련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선수는 절반을 조금 웃도는 57%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예선전이 속속 취소되고 있어서 대회 전까지 예선전을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그리스의 카테리나 스테파니디도 “IOC가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건강을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테파니디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대유행에도 IOC가 도쿄올림픽 연기나 취소 결정 대신 선수들에게 계속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라고만 한다”며 “도쿄올림픽이 열리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플랜 B가 무엇이냐”며 대안을 내놓으라고 IOC를 압박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