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조 “2년간 물량 4배, 새벽배송 없애라”

입력 2020-03-18 14:46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택배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배송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나자 온라인 쇼핑몰 쿠팡 노동조합이 새벽 배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팡지부는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과 배송을 데이터로만 표현하는 그곳에는 사람이 없다”면서 “더 이상 누군가의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본의 탐욕 앞에 무한 질주와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는 쿠팡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새벽 배송의 쉴틈 없는 철야 노동은 고객의 만족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됐다”며 “더 나은 로직, 인공지능의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이 세련된 풍경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쿠팡지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쿠팡의 배송 물량은 지난해 8월보다 22%나 증가했다. 또 2015년 1월 직접 고용된 쿠팡맨 1인의 평균 물량은 56.6개였으나 2017년 12월에는 210.4개로 약 4배나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맨들은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쿠팡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해 3월을 기준으로 1주일간의 휴게 시간을 알아보니, 휴게시간을 못 가진 쿠팡맨은 22명(캠프 내 한 조당 일반적으로 배정된 인원) 중 15명”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송 산업이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산업의 주역인 배송 노동자의 처우는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찬호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초창기에 직배송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고, 당시에는 높은 수준의 급여를 줘 국민과 사회로부터 찬사를 받았지만 그 찬사가 지속되는 동안 쿠팡맨들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회사는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한다고 언론에 대응하고 있지만, 법으로 보장된 휴식시간도 사용 못 하고 있고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쿠팡지부는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배송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 및 새벽 배송 중단 ▲가구수, 물량뿐만 아니라 물량의 무게, 배송지 환경 등을 고려한 친노동적인 배송환경 마련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성실 교섭 이행 등을 요구했다.

앞서 쿠팡맨 김모(46)씨는 지난 12일 새벽 2시쯤 경기도 안산지역 한 빌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심폐소생술(CPR) 등을 했지만 끝내 숨졌다. 김씨는 사망 당시 입사 4주차였고 트레이닝 기간인 한주를 제외하면 현장에서 근무한 건 1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측은 당시 “김모씨는 입사 이후 트레이닝을 받는 중이어서 일반 쿠팡맨의 50% 정도 물량을 소화했다”며 “쿠팡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물량을 ‘쿠팡 플렉스’(일반인이 배송 일을 신청해 자신의 차량으로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3배가량 증원해 해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