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깜짝 참석해 연설했다고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민생 관련 행보에 나선 것은 두 달여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리더십 부재는 없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이 전날 진행됐다고 전했다. 병원 완공 예정일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월 10일이다. 착공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사진도 여러 장 공개됐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총리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은 착공식 연설에서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착공식의 첫삽을 뜨는 동무들을 전투적으로 고무·격려해주기 위해 이 자리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가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에 나섰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자기 나라 수도에마저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보건시설이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비판했다”며 올해 계획됐던 많은 건설사업들을 뒤로 미루고 착공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 한복판에 솟아오르게 될 평양종합병원은 적대세력들의 더러운 제재와 봉쇄를 웃음으로 짓부시며 더 좋은 내일을 향해 힘 있게 전진하는 우리 조국의 기상과 우리 혁명의 굴함 없는 형세를 그대로 과시하는 마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7일 순천린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후 민생·경제시찰 관련 활동을 중단했다. 대신 동해안 일대에서 보름 가까이 머물며 초대형 방사포 발사 등 군사훈련을 참관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평양을 비우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동해안 일대에서 머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런 추측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평양으로 돌아와 즉흥적으로 착공식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참석자들과 함께 삽을 뜨거나 발파 단추를 누르는 등 밀착 행보를 보였다. 자신이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시찰 활동을 중단한 데 따른 주민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깜짝 등장한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자신의 리더십은 건재하다는 뜻을 대내외에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