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도쿄올림픽 못 놓는 日 아베…속사정은?

입력 2020-03-18 13:18 수정 2020-03-18 13:29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6년 8월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냥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슈퍼마리오로 등장한 장면. 뉴시스

4년 전 7만명 관중이 운집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 ‘슈퍼마리오’ 모자를 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기장 가운데 설치된 초록색 대형 파이프 안에서 튀어나왔다. 다음 개최지 일본을 상징하는 빨간 공을 든 채였다. 대형 광고기획사의 조언을 받아 연출했을 만큼 공을 들인 무대였다.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 개최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가 드러난 장면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17일(현지시간)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도쿄올림픽 취소·연기 여부 결정을 미룬 것을 두고 아베 총리의 올림픽 정상 개최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날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베는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증거로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AP통신은 이날 도쿄올림픽이 계획대로 4개월 안에 개최되지 않으면 아베 총리가 가장 큰 실패를 맛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일본 국민에게 주요 공적으로 내세워온 도쿄올림픽이 파행으로 흐른다면 그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 올림픽 개최를 고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베 총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회의에서 도쿄를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할 당시 이를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당시 도쿄는 경쟁지였던 터키 이스탄불을 제쳤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아베 총리는 직접 일본의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로 분장을 하고 나와 도쿄올림픽을 홍보했다. 폐막식 직후 아베 총리 지지율은 2년 만에 60%를 돌파했다.

AP통신은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정치경력의 이정표로 삼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이미 일본 역사상 최장기간 집권 총리인 자신의 임기를 확장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 혹은 취소되면 이 같은 그림이 무너진다. 코로나19가 끼칠 경제적 피해 역시 이미 아베 총리에게는 타격이다.

아베 총리의 의중을 반영하듯 일본 내 도쿄올림픽위원회 등 관계자들과 IOC 위원들은 반복적으로 본래 개최일인 7월 24일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10일 다카하시 하로유키 올림픽 조직위 집행위원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이 발언은 다른 관계자들에 의해 금방 부인당했다.

정치공학자인 데이비드 레흐니 와세다대 교수는 AP통신에 “아베 총리는 분명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될 경우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일본을 세계에 화려하게 선보이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다. 희한하게 비칠 정도로 도쿄올림픽 정상개최를 포기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흐니 교수는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이 취소된다면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 봤다. 이미 부패 스캔들에 휩싸여 있는 데다가 코로나19 대응도 지나치게 느렸기 때문에 이에 따른 파장을 걱정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레흐니 교수는 “아베 총리는 코로나19가 전파 속도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데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임기인 2021년 9월 이전에 전쟁이 가능한 ‘정상 국가’ 탈바꿈을 위한 평화헌법 9조 개헌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쿄올림픽을 무난하게 개최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를 전후로 중의원을 해산, 대형 정계개편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키우고 종국에는 개헌을 시도한다는 예상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