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덕에 60일 더 살게 된 미국 사형수

입력 2020-03-18 12:11
텍사스 교도소. Texas prison penpal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미국에서 살인범의 사형 집행을 연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6일(현지시간) CBS뉴스에 따르면 텍사스 항소법원은 일가족 살해로 사형을 선고받은 존 윌리엄 험멜(44)의 형 집행을 60일 동안 연기했다. 험멜은 지난 2009년 임신한 부인과 장인, 5살 딸을 살해한 특급 살인범이다. 현지 검찰은 험멜이 편의점에서 만난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항소법원은 18일로 예정된 사형 집행을 보건상의 이유로 연기했다. 험멜의 변호인은 사형 집행장에 관계자가 모이면 코로나19가 전파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변호인은 지난주 항소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사형 집행장에 교정 당국 관계자와 변호사, 의사, 사형수의 가족,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일 것이라며 “코로나19 감염자가 섞여있기라도 하면 전염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형 집행 중단에 이어 일부 카운티에서는 교도소 수감자를 조기 석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교도소 내부로 코로나19가 전염되는 상황을 대비해 수감자 숫자를 미리 줄여놓겠다는 것이다.

CNN 방송에 따르면 오하이오주의 한 교도소는 지난 13일부터 전날까지 경미한 수준의 비폭력 범죄와 관련된 수감자 200여명을 석방했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교도소로 번질 경우를 대비해서 수감자들을 격리하고 치료하기 위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조치”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도 교도소 수감자를 조기 석방했다. 이에 따라 2주 전 1만7076명이었던 수감 인원은 1만6459명(16일 기준)으로 감소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