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코로나19 감기처럼 앓고 가…‘숨은 전파자’ 될 수 있어

입력 2020-03-18 11:26 수정 2020-03-18 13:44
국민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의 개학이 4월로 다시 한번 미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어린 자녀를 둔 보호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소아는 코로나19에 걸려도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걸로 알려졌다. 18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이 국내 첫 코로나19 소아 감염 사례로 보고된 10세 여아의 임상 경과를 이 학술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해외 여행력이 없는 10세 여아는 지난달 18일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매장을 운영했던 여아의 삼촌은 같은달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아 엄마 역시 같은달 5일 확진자가 됐다.

확진 당시 여아는 체온이 37.3도였으며 설사나 구토 증상은 없었다. 입원 당일에는 체온이 37.7도였으며 호흡곤란은 없었다.
검사결과 비인두(코)와 목,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대변 샘플은 증상 발현 후 17일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여아가 입원 기간 동안 보인 증상은 미열과 소량의 가래 정도였다. 흉부 CT에서 경증 폐렴 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소아 감염 사례는 대부분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했거나 가족 군집(cluster)에서 발견됐다. 감염된 어린이 대부분 경미한 증상을 보였으며 무증상인 사례도 있었다”며 “발열과 기침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일부는 콧물 또는 설사나 구토 같은 위장 증상을 나타냈다. 하지만 모든 증상이 개선됐으며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소아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감기처럼 경미한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에 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면서 “다만 고민할 문제 중 하나는 격리다. 성인과 달리 어린이는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보호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아 관련 격리 지침과 보호자를 위한 적절한 개인 보호장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코로나19의 소아 감염 예방과 면역 증진에 관한 주요 궁금증의 문답풀이다. 대한감염학회 소아감염분과 전문위원인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Q: 코로나19 확진자 중 소아는 드물다?(X)
A: 아니다. 최근 연구논문에 따르면 소아도 성인만큼 잘 걸린다. 다만 소아 환자가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것은 사회적 요인이 크다. 소아는 성인과 비교했을 때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기에 그만큼 코로나19 환자들을 마주칠 확률이 낮다. 만약 유행 시기에 개학을 한다면 소아 환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Q: 갑자기 열나는 아이, 혹시 코로나19 감염?(△)
A: 요즘은 아이가 미열만 나도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될 수 있다. 아이들의 경우 가족 중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국내에서 아이들이 코로나19로 확진된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가족이 먼저 코로나19에 걸린 후에(노출력이 있을 때), 아이가 걸린 경우다. 아이가 가족 중에 맨 처음 코로나19에 걸리는 일은 드물다. 평소 건강한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린 경우, 거의 다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만 3세 이하 어린 아이가 갑자기 열나는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 바이러스 때문이다. 목감기 등 대부분 저절로 쉽게 회복된다. 물론 신속한 항생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위험한 세균 감염도 있다. 아이들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세균 감염인 요로감염과 그 밖에도 균혈증(균이 혈관을 타고 퍼짐), 골수염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양호한 바이러스 감염보다 훨씬 드물게 나타난다. 따라서 다른 증상 없이 열만 난지 이틀 이내이고 컨디션이 크게 나쁘지 않은 아이에게는 바로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고 주의깊게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다.

Q: 일반 감기와 코로나19, 증상만으로는 구별 어렵다?(O)
A: 증상만으로는 구별이 불가능하다. 건강한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리면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므로, 증상의 양상 측면에서 코로나19와 일반 감기 사이에 차이가 없다. 단, 일반 감기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면역을 획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코로나19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면역이 없는(감수성) 점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Q: 어린이는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등에 노출돼도 경미한 증상을 보인다?(O)
A: 그렇다. 소아와 성인은 생물학적인 요인으로 면역 체계가 다르다. 면역은 크게 선천면역과 후천 면역으로 나뉘는데, 소아는 이 둘을 비교할 때 선천 면역이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점이 코로나19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성인은 후천ㅍ면역이 선천ㅍ면역보다 훨씬 중요한데, 이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리면 심한 염증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아 때 접종하는 백신의 비특이적인 보호 효과로 추정하기도 한다.

Q: 증상이 경미한 어린이도 바이러스 전파자가 될 수 있나? (O)
A: 증상이 가볍더라도 감염병을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단체생활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중중의 코로나19를 앓을 위험이 높은 조부모 또는 기저질환이 있는 가족에게 전파할 수 있어 방심해서는 안된다.

Q: 아이들을 위한 코로나19 예방수칙은.
A: 아이들을 보호하는 예방 수칙은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적 거리 두기(많은 사람이 밀접하게 모이는 좁은 실내 공간에 가지 않기),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손 위생 생활화, 실내 환기, 기침 예절 지키기, 마스크 착용 등이다. 아이들은 마스크 착용이 힘들 수 있으므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단, 아이들이 집안에만 있다 보면 생활이 불규칙해지기 쉽다. 특히 수면시간에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신체 활동이 부족할 수 있으니 실내에서 부모와 함께 맨손 체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의 면역력 증진을 위해 특정 식품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평소 균형잡힌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한적한 실외 또는 사람 사이에 2m 이상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넓은 실내 공간에서는 감염될 확률이 희박하므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