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하고 싶다고!!” 아베의 ‘진짜’ 노림수는?

입력 2020-03-18 11:04 수정 2020-03-18 11:08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극복하고 2020 도쿄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올해 여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예정대로 실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아베의 강행 의지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잇따른다.

아베 총리는 17일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마치고 "인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낸 증거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는 것에 관해 G7의 지지를 얻었다"고 발언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거론한 ‘완전한 형태’에 주목했다. 18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전날 회견에서 "'완전한 형태로'라는 것은 무관객으로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모습으로 선수 여러분이 참가하는 대회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라며 "참가국이 줄어들게 되면 완전하다고 부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지금까지와 같은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세계태평로연맹 회의실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화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아베 총리는 취소나 무관중·축소 개최가 아닌 통상적인 방식의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까지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언급하던 아베 총리가 ‘완전한’ 형태로 발언의 방향을 바꾼 것은 올림픽 연기 개최를 염두에 둔 것이다. G7 회의 종료 후 아베 총리의 태도는 바뀌었다. 코로나19가 5월에도 종식하지 않으면 연기를 하겠다는 명분을 쌓는 과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년 연기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아베의 태도를 바꾸었다. 일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기를 언급해 마음이 든든하다”며 화색했다. 자민당의 한 중견 의원은 "국제사회의 요청을 받아 연기하는 형태로 하면 정부로서는 체면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국민들도 연기를 원한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연기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63%에 달했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해 온 경제계 등에서는 "취소할 정도라면 연기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화상으로 열린 G7 정상회의 동석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인류가 신종 코로나를 이겨낸 증거로 완전한 형태로 실시하고 싶다"고 말하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이에 이견을 말하는 정상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연 후 "도쿄 올림픽이 4개월 이상 남은 현재로서는 어떠한 추측도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어떠한 극단적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연기론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