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에 “그 사람”…공병호 “비례 공천결과 바꾸면 선거 망해”

입력 2020-03-18 07:03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휴일인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계속된 공천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면접에서 휴식시간 동안 잠시 밖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큰집인 미래통합당 쪽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에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는 일부 언론을 통해 “비례 명단과 순번 일부를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앞서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결과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터라 내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 위원장은 지난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대해 “‘전시’를 위한 최선의 공천이었다”고 자부한 뒤 “결과를 부정하고 싶다면 날 자르고 다시 공관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공관위가 운영된 결과”라며 서류심사부터 면접까지 모든 과정이 점수로 수치화돼 ‘집단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의 반발에 대해서는 “대학 입시가 끝났는데 시험 성적을 조정해서 자신들이 밀었던 사람을 뽑아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천 결과를 바꿀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되면 선거는 망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래한국당은 16일 40명의 순번이 담긴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당선권’으로 여겨지는 20번 순번 내에 통합당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재들 중 단 1명(정선미 변호사·17번)만 포함됐다. 이에 통합당은 ‘배신’ ‘쿠테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통합당이 자체 비례대표 후보를 내 미래한국당을 무력화시키는 방안까지 언급됐다.

그러나 공 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앞서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도 “(통합당의 영입 인재가) 완벽하게 포함되길 원했다면 공병호를 공관위원장으로 인선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사이에 충분한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 대해서는 “한선교 대표조차 회의가 끝나고 명단을 받았다”며 “언론 발표 이후에야 황교안 대표가 순위를 보고받은 것은 정상적이고 합법적”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통합당 자체 비례대표 공천 카드’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그건 그 사람의 정치적인 문제니까 그 사람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공 위원장은 거듭 “정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야합이 일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원칙이 무너지게 되면 삶 자체가 무너진다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또, 스스로 공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뜻도 없다고 했다.

반면 한 대표는 “통합당은 법적으로 우리와 별개의 정당이기 때문에 그쪽의 비판은 신경쓰지 않는다”면서도 “일반 여론의 반응을 감안해 어느 정도 비례대표 후보 명단과 순번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18일 조선일보에 밝혔다. 그는 “그런 문제 때문에 오늘 공 위원장과 수차례 통화해 설득했다”면서 “공천에 대해서는 공천위가 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최고위 논위를 통해 일부 후보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천위가 제시한 비례 명단을 보고 원칙대로 한 것이라는 느낌이었다”면서 “당초 젊음과 전문성이 이번 공천의 콘셉트였는데, 젊음이란 경력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