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종목별 국제단체 대표자들이 2020 도쿄올림픽 예선을 오는 6월 30일까지 완료하기로 결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서 예선의 완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올림픽은 이제 ‘데드라인’이 설정돼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결의된 시점까지 예선을 완료하지 못하면 본선의 정상적인 개최를 낙관할 수 없다. 한국 대표자로 유일하게 회의에 참석한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IOC가 앞으로 진행할 국가별 올림픽위원회(NOC)와 회의에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 총재는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연맹 사무국 회의실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올림픽 종목 33개 국제단체 대표자들과 둘러앉은 컨퍼런스 콜(통화 회의)을 마친 뒤 “바흐 위원장이 전례없는 위기에도 강한 확신을 갖고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를 강조했다”며 “모든 종목과 국가를 통틀어 57%의 본선 출전자가 선발됐다. IOC와 종목별 국제단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6월 30일까지 예선을 완주하면 (본선의 정상적인 개최를 위한) 준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IOC는 불과 사흘 전인 지난 14일 올림픽 정식종목 28개, 시범종목 5개 국제단체로 이메일을 발송해 대표자들을 소집했다. 국제단체 대표자들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화상으로 마주한 회의만 해도 이례적인 일이다. 조 총재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IOC의 회의 진행 방식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도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를 강행하는 IOC 집행부의 다급한 표정을 엿볼 수 있다. 회의는 IOC 본부 소재지인 스위스 로잔 시간으로 오후 1시, 한국 시간으로 오후 9시에 시작됐다. 조 총재가 회의를 마치고 나온 시간은 오후 10시46분. 회의는 당초 예상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100분가량 진행됐다. 조 총재는 올림픽 정식종목 중 유일하게 한국을 종주국으로 둔 태권도 대표자로 참여했다.
태권도의 경우 올림픽 예선 일정의 상당수를 이미 진행해 다른 종목들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본선을 준비할 수 있다. 조 총재는 “올림픽 태권도 출전자가 68%가량 선발됐다”고 말했다. 태권도가 모든 종목의 평균보다 예선 일정을 10%가량 빠르게 진행한 셈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올림픽 본선의 리허설 격인 테스트 이벤트를 이미 지난해 10월 일본 지바현에서 마쳤다.
하지만 다른 종목의 상황은 다르다. 복싱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미주의 올림픽 예선을 이날 중단하고, 남은 본선 진출권을 5~6월 중으로 배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배구의 경우 다음달 21~28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테스트 이벤트를 취소했다. 올림픽 개막일(7월 24일)을 100일여 앞두고 완주를 계획했던 종목별 예선 일정이 코로나19 확산세에 휘말려 본선 진출권의 공정한 배분조차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조 총재는 “앞서 열린 그동안의 올림픽에서 예선은 4월 말이면 상당수 완료됐다. 그 점을 감안하면 (도쿄올림픽 예선은) 일정을 2달가량 연장하게 됐다”며 “국제단체 대표자들은 예선을 6월 30일 안에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OC의 주장(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IOC와 국제단체 대표자들이 결의한 시점까지 예선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의 대안은 이날 회의에서 수립되지 않았다. 6월 30일이 올림픽 개막일까지 불과 25일 남은 시점이어서 상대적으로 늦게 본선 진출을 확정한 선수의 체력과 컨디션이 메달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점도 IOC와 국제단체 대표자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조 총재는 “일정상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