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제작한 성착취 동영상을 SNS 단체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사’로 추정되는 유력 피의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성착취 동영상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가운데 가운데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 A씨 등 4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나머지 공범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란 지난해 초부터 텔레그램에서 벌어진 성착취 사건이다. 이들은 미성년자 등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을 만들어 여러 텔레그램 방을 통해 유포했다. 그동안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박사’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가 거론돼 왔다.
박사는 그동안 아르바이트 자리를 미끼로 여성을 교묘히 꾀어내 협박을 통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하면서 장기간 정기적인 수익을 얻어냈다. 피해 여성 중에는 10대 청소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사는 수사기관 등이 자신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단체대화방 입장료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동안 N번방 사건 관련자 60여명을 검거했지만, 핵심 피의자인 박사를 붙잡지 못했다. 이번에 박사로 추정되는 핵심 피의자가 검거됨에 따라 사건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자신이 박사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날 오후 10시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자해를 시도해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후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았지만 이날 오후 음성 판정이 나왔다. A씨는 자해로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청사 내 일부 공간의 출입을 통제하고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 또 A씨와 접촉한 사이버안전과 소속 등 근무자들을 청사 내 별도 공간에 격리시켰다가 음성 판정이 나온 후 격리를 해제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