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제로금리’ 시대… 우는 사람들 웃는 사람들

입력 2020-03-18 05:42

처음 겪는 ‘제로금리’에 시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다가오는 전세계약을 앞두고 계약 내용이 바뀔까 우려하는 임차인이 있는가 하면 저금리를 기회로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자영업자도 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은 부동산이다. 적지 않은 ‘전세 난민’들이 파격적 금리 인하가 재계약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씨는 올 가을에 전세집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A씨는 “2년 동안 전세금이 1억원 이상 올랐는데 저금리와 보유세 증가 때문에 집주인이 반전세로 계약을 바꾸자고 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최근 전세대출을 받아 계약을 마친 세입자들은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부쩍 뛴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받았던 전세대출의 이자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장모(30)씨는 지난해 7월 1억3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수서에 있는 오피스텔에 전세로 입주했다. 장씨는 “집을 구할 때 대출금리가 3% 초반이었는데 2% 중반까지는 떨어질 것 같다”며 “10~20만원이라도 이자에 쓰는 고정비용이 줄어드는 게 어디냐”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결혼 예정인 직장인 안모(31)씨는 “제로금리가 반영되면 서둘러 전세대출을 받아 신혼집 마련에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로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파주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전모(62)씨는 “매출이 한두푼 떨어진 게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60% 가까이 줄었다”며 “금리가 인하돼봤자 적자를 메우는 정도”라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제로금리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인편의점 창업에 뛰어든 김모(30)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서 그런지 무인편의점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사업자대출을 받아 점포를 늘릴 적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월급을 활용해 종잣돈을 모으려고 했던 직장인들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은행의 예적금 이자는 미미하고,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식시장은 연일 추락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29)씨는 “집 장만하려고 2년 전부터 매달 200만원씩 총 4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원금이 반토막이 났다”면서 “이제 제로금리로 이율이 낮은 예적금을 들어 돈을 모으기도 마땅찮다”고 토로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