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용어를 자막에 사용해 빈축을 산 JTBC 유튜브 채널 웹예능 ‘장성규의 워크맨’(이하 ‘워크맨’)의 고동완 PD가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고 PD는 17일 공식입장을 내고 “‘워크맨’ 자막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저의 불찰을 넘어 악의적인 허위사실과 비방이 계속되고 있어 진실을 말씀드리고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며 긴 글을 시작했다.
고 PD는 “저는 ‘런닝맨’(SBS)에서 자막이나 이미지 관련 업무를 담당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그럼에도 여러 기사와 게시글에는 ‘런닝맨’에서 문제가 됐던 자막 관련 사고까지도 모두 저 고동완 개인과 관련 있는 것처럼 단정 짓고 있다. ‘런닝맨’ 관련 일베 이미지나 용어 사용은 저와 무관하다. 저는 일베 관련 논란으로 ‘런닝맨’에서 하차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찰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은 송구하나 악의적으로 유포된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저의 명예를 걸고 결단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계속적으로 악의적으로 비방의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저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형사고소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고 PD는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워크맨’ 피디의 커뮤니티 비활동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워크맨’ 속의 젊은 트렌드 자막들은 제가 아닌 젊은 후배들의 아이디어로 보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의 오해처럼 제가 해당 극우 사이트와 동조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비하 표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제 삶을 바친 이 프로그램에서 이 표현이 그렇게 인지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8개 노무(勞務) 시작’이라는 자막이 삽입된 경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 PD는 “당시 제작진은 갑자기 추가 잔업을 해야 하는 상황, 말 그대로 ‘욕 나오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 언어유희를 즐겨 사용하던 자막 스킬의 연장선으로 해당 언어를 사용했다”며 “다만 욕설이 직접 노출되는 문제는 방지하고자 한자를 병기했다”고 설명했다.
‘노무(勞務)’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종종 사용됐던 자막 ‘개노무스키’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길 바랐고 한편으로는 원래 의미인 ‘임금을 벌다’라는 뜻을 담아 ‘18개 일하기 시작’으로 이해하길 바라는 언어유희적 효과도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18개 노무 시작’이라는 단어는 후배가 썼던 ‘업무 re 시작’이라는 평이한 자막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면서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도 해당 표현이 특정 극우 사이트에서 사용 중인 비하 표현으로 오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고동완 PD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불찰로 인하여 상처를 받으신 많은 시청자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의도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치유제가 되어야 할 예능이 상처를 입혔다면 마땅히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낌없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시청자 분들께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지난 11일 공개된 ‘워크맨’ 부업 편에서 ‘18개 노무(勞務) 시작’이라는 자막이 노출돼 논란이 일었다. 이는 일베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단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워크맨’ 측은 “정치적 함의나 불순한 의도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관리자와 제작진에 책임을 묻고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