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됐지만 아프지 않다’ 침묵하는 코로나19 더 무섭다

입력 2020-03-18 05:45 수정 2020-03-18 05:45
구로구보건소, 신도림동 방역팀 관계자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서 지난 15일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속출하면서 ‘무증상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자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무방비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무증상 환자의 격리해제 지침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단 무증상 환자라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증상 유무에 상관없이 항상 개인위생준수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바이러스를 많이 뿌리고, 경증의 경우엔 전파력이 높다. 무증상 환자도 어느 정도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교묘한 바이러스’라고 비유했다. 이어 권 부본부장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증상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2주간은 더 지켜봐야 상황이 마무리된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열어놓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확진자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 15일 수정구 양지동에 사는 은혜의강교회 목사(61)와 아내(60)가 둘다 무증상자였지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도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직원의 가족까지 포함해 5명이나 나왔다.

문제는 무증상 환자를 조기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환자 본인도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많은 접촉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 지난 15일 부산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72세 여성은 무증상 상태에서 전날 오전 내내 지하철을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남에 사는 59세 여성 확진자도 지난 11일 증상이 나타나기 바로 전날 아파트 4개 단지 내 각 세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감염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그만큼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도 ‘코로나19 대응 지침(지자체용) 7-3판’을 배포하고 무증상 환자에 대한 격리해제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엔 무증상 환자가 3주 간 이상이 없으면 자동 격리해제 됐다. 하지만 바뀐 지침에 따르면 무조건 유전자 검사(PCR)를 거쳐야 한다. 확진일로부터 7일째에 24시간 간격으로 검사가 2회 모두 음성이면 격리해제가 된다. 양성 반응이 나왔다면, 이후 검사 주기는 의료진이 결정한다. 이 경우에도 24시간 간격으로 2회 연속 음성이어야 격리해제된다.

그렇다면 무증상 상태에서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무증상 전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무증상 환자는 가래나 기침으로 인한 비말 전파 우려가 낮기 때문에 지역사회 전파를 이끌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임상 자료가 불충분해 전파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무증상 환자도 아주 경미한 경증 환자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일상 생활 속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등 개인위생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