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4월 효과 확인 가능… 백신은 내년 가을에나

입력 2020-03-17 17:49 수정 2020-03-17 19:11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독감 백신 주사를 맞는 어린이. AP연합

세계적 대유행(pandemic·팬데믹)을 불러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예방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사람 대상 임상시험은 68건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치료제의 경우 이르면 4, 5월 중 치료 효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치료제 보다 개발이 더딘 백신은 진행 속도가 가장 앞선 경우라도 내년 가을쯤이나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17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약품 임상시험 등록기관인 미국 국립보건원(NIH) 클리니컬트라이얼스(ClinicalTrials.gov)에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모두 68건이다. 이 중 치료제 관련이 65건, 백신 관련 3건이다.

치료제 임상시험 65건 가운데 병원, 연구소 등에서 학술 목적으로 시행되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39건,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24건, NIH 및 미국 연방 후원 임상시험 2건이다. 유형별로는 화합물의약품 임상시험 53건, 바이오의약품 8건, 기타 4건이다.

연합뉴스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는 각국이 승인한 의약품 임상시험의 80% 이상이 등록돼 전세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모든 임상시험 기관이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며 각국은 자발적으로 등록한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장은 “이미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포함해 중국이나 전세계에서 발표됐거나 계획된 코로나19 임상시험만 100건 이상 보고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이미 시판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약물을 이용해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이른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방식을 통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오리지날 신약보다 개발 비용과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약물이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다. 이달부터 국내외에서 코로나19의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제약사 주도 임상3상, 미국 NIH 주도 연구자 임상2상)이 시작됐다.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결과는 이르면 5월 중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중국은 다음달 중 결과 발표를 공언한 바 있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이미 전 임상시험(세포·동물실험)을 통해 코로나19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미 에볼라 환자 대상 임상1, 2상시험을 거쳐 어느 정도 안전성도 확보돼 신약 개발의 처음 단계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다.

류 센터장은 “앞으로 1, 2개월 안에 결과가 나오면 의사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효과가 입증되면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에이즈 치료제로 허가된 칼레트라와 말라리아약 클로로퀸(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도 의사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지만 허가 사항 외 추가 치료 적응증을 받으려면 임상시험 절차를 밟아 공식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백신 개발 경쟁도 불붙었다. 수많은 제약·바이오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다양한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진행 속도 측면에서 2개의 후보 백신이 가장 앞서 있다.

미국 NIH와 생명공학기업 모더나사가 공동개발한 RNA백신(메신저RNA-1273)과 이노비오의 DNA백신(NO-4800)이다.

이들은 감염병 백신 개발을 목적으로 빌게츠재단과 각국 정부 후원으로 2017년 설립된 국제비영리단체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CEPI는 특히 ‘제때 백신 개발(Just in Time)’을 목표로 바이러스 유행이 끝나기 전에 가능한 빠른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DNA, RNA백신은 바이러스 등 병원체의 유전자(RNA 혹은 DNA) 중 일부를 인공적으로 복제해 만든다. 이것을 근육에 주사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실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이 되게 하는 원리다.
주사된 백신은 근육세포의 게놈(유전체)에 들어가 유전자로써 작동하고 생성물을 만들어 낸다. 이 유전자는 원래 바이러스가 갖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그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인체 면역체계는 그 단백질을 인지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독감(인플루엔자) 등 기존의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자에서 표면 단백질을 만드는 부분을 떼어다가 대량 생산해서 몸 속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류 센터장은 “유전자 주입 백신은 기존 단백질 백신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5~10년 걸리는 기존 백신에 비해 개발 기간을 10분의 1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에 따르면 NIH 산하 연구소가 16일(현지시간) 임상시험에 참가한 건강한 성인 45명 중 1명에게 모더나사의 RNA백신을 처음 투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NIH는 “건강한 성인 시험 참가자 중 한 명이 처음 백신주사를 맞았다”고 밝혔다.
첫 실험은 6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며 백신의 안전성과 참가자의 면역 체계에 목표한 반응이 유도되지는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만 이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돼 실제 사람들에게 접종할 수 있기까지는 1년에서 1년 6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바이오기업인 이노비오는 다음 달에 자사 DNA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에 돌입할 걸로 알려졌다. 국내 생명공학기업 제넥신도 국제백신연구소, 포스텍, 카이스트 연구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로나19 DNA백신 ‘GX-19’ 개발에 들어갔다. 컨소시엄은 빠르면 7월 중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류 센터장은 “하지만 DNA, RNA백신은 고도의 재조합 혹은 증폭기술이 필요하고 아직 대규모 임상3상까지 진행된 적 없어 코로나19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2003년 유행한 사스, 2015년 메르스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지난해 나온 에볼라 백신은 개발에 42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면서 “하지만 생명과학기술 발전이 백신 개발 기간을 앞당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