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박재욱 이제라도 국토부와 협력해야…서비스 정상화 목표”

입력 2020-03-17 17:17
생계 위협 느낀 타다 드라이버들 속속 비대위 참여
타다 사업철수 철회·서비스 정상화·국토부와 협의 재개 3대 목표 설정
계약 위반·근로자성 인정 등 법적 대응 방안도 강구

렌터카 기반 호출서비스인 타다가 다음 달 11일 ‘사업철수’를 선언하고 곧바로 감차·차량 중고 판매 등 사업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타다 측의 일방적인 서비스중단에 타다 드라이버(기사)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빠졌다. 전업기사들은 생계수단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타다 측에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기사들의 요구도 커졌다. 결국 타다 기사들이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렸다.

비대위는 김태환(41)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비대위의 목표와 활동 계획을 17일 김 위원장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는 이번 주 내로 발족 선언문을 발표하는 일정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현재 타다 기사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는 동시에 타다 서비스의 정상화, 국토교통부 및 택시 업계와의 상생 협력을 재개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김태환(사진)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19일 비대위 발족 선언문을 발표하고 “타다 서비스 정상화, 국토부와의 협의 재개 등의 목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김 위원장은 타다 에어(공항 이동 서비스)를 통해 처음으로 타다에 발을 디딘 뒤 지난해 9월부터 타다 베이직 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다니던 IT 업체를 그만둔 뒤 생계의 어려움을 느껴 타다 기사로 나섰다. 생후 20개월 된 아들을 돌봐야 하는 가장으로서 타다 서비스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줬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배차와 근무 시간이 줄어 김씨의 수입도 적어지기 시작했다. 타다 측이 타다 기사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했다는 불법파견 논란, 검찰의 고발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타다 측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재웅, 박재욱 전·현 쏘카 대표는 지난 6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일방적으로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일자리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김씨는 이날 “타다 기사들을 중심으로 비대위가 꾸려진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 신청을 했다. 지난 14일 비대위 위원장에 선출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비대위에 참여한 타다 기사는 170여명이다. 대부분의 타다 기사들이 김씨처럼 생계에 위협을 느껴 비대위에 가입했다. 김 위원장은 “프리랜서인데도 일을 하는 시간이 강제로 줄어들고 수입도 줄었다. 타다 측의 사업철수 선언 이후에는 아예 배차가 이뤄지지 않는 날도 많아졌다. 배차 여부도 전날에서야 공지가 이뤄지는 등 고용과 실직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타다 측에 3가지 사안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타다 서비스 중단 철회, 타다 서비스 정상화, 국토부와의 상생 협의 재개 등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국토부와 대척점에 서려는 타다 측의 대응방식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라도 국토부와 열린 자세로 협력에 나서 세부 시행령에는 타다 측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국토부와 모빌리티 업계 간 간담회에는 국토부 요구에도 불구하고 타다 측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카카오모빌리티, 큐브카, KST모빌리티 등은 택시-플랫폼 상생안에 맞춰 가맹사업, 렌터카 기반 중개 서비스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타다 측의 일방적인 사업철수가 타다 기사들과의 계약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등 법적 대응 방안도 찾을 계획이다. 검찰 고발도 고려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재웅·박재욱 등 타다 측 경영진은 왜 타다가 적자인지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고 단순히 경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계약 기간이 수개월씩 남은 기사들도 많아 법적으로 구제받을 방안도 찾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한 지하주차장에 타다 승합차들이 주차돼있다. 최현규 기자

비대위는 이르면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비대위 발족 선언문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다음 주 중에는 박 대표를 직접 찾아가 책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타다 기사들이 타다 측의 근로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조사해 퇴직금이나 실업수당·주휴수당 등을 받을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타다와 택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협의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택시 기사들도 타다 기사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서로 같은 처지라고 이해해준다. 타다 기사들이 타다 경영진을 대신해 상생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