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교 원반 유망주의 ‘원반 없는 원반 훈련’ 한달

입력 2020-03-17 17:13
아침마다 자택 인근 산을 뛰어오르며 체력훈련 중인 이요섭 군. 올해 성적이 누구보다 중요하지만 대회가 언제 시작될지 기약이 없다. 본인 제공

원반 던지기 학생선수 이요섭(18)군의 하루는 한 달째 ‘산타기’와 함께 시작한다. 인적 드문 집 근처 ‘구름산’을 뛰어 올랐다 내려오면 한 시간 정도가 지난다. 감독 선생님에게 받은 스케줄대로 훈련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평소 훈련량대로 하루 3~4시간씩 꼬박 열중하지만, 아무래도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정작 손에 익은 원반은 만질 수가 없다. 이 모든 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모든 단체훈련이 금지되면서 바뀐 일상이다.

본래대로라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대회 일정이 시작한다. 현재 전국 6위에 올라있는 그의 목표는 한국체대 진학이다. 목표를 이루려면 올해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한국체대에 입학할 수 있는 원반던지기 선수는 각 해마다 1명 수준이다. 같은 나이대에서 전국 1위를 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군은 지난해 경기도 1위로 전국체전을 나가는 등 급격하게 기량을 끌어올려온 차라 대회 연기가 더욱 아쉽다. 실업팀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실력이 그야말로 ‘역대급’이어야 오는 기회라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이군은 국민일보와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상황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불평만 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훈련을 하면서 원반을 잡지 못하는 건 학교 바깥에서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반을 던지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100여m 넘는 공터가 인근에는 없다. 그물망이 있는 학교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행여 밖에서 원반을 던졌다가 손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국가대표의 꿈을 꿔온 그에게 올해는 목표에 한발짝 더 다가가기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국가대표가 되려면 가능한 한 훈련할 환경이 잘 갖춰진 대학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자칫 수년간의 피땀에도 불구하고 기회조차 잡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그에게는 가장 큰 적이다. 이군은 “올해 나갈 수 있는 대회가 하나라도 있다면 마음을 다잡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