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특수 노렸는데”…가전 업체들은 ‘울상’

입력 2020-03-17 17:13

올해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예정대로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TV 시장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가전 업계가 울상 짓고 있다. 기대했던 ‘스포츠 특수’가 사라질 경우 8K TV 등 핵심 제품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오프라인 시장도 침체되면서 업계는 마케팅 전략 다각화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7일 외신과 현지 언론에는 일본 도쿄 올림픽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연기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오는 7월 24일 개최 예정인 2020 도쿄올림픽 개막까지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전히 개최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올해 대회 60주년을 맞는 유로2020 역시 오는 6월 12일 유럽 12개국에서 분산 개최될 예정이지만 개최 당사국들이 개막 연기를 요구하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이 더 높다.

글로벌 TV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해에 좋은 실적을 거둬온 만큼 올해 역시 매출 신장 기대를 높여왔다. 보통 4년을 주기로 개최되는 행사 시점에 경기 관람을 위한 대형 TV 매출이 급증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이 늘어난다. 일반 가정에서도 8~10년인 TV교체 주기와 맞물려 주력 제품 판매에도 큰 도움이 돼왔다. 실제로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 2018년 글로벌 TV시장 규모는 2억2136만대로 전년 대비 600만대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유로2020과 도쿄올림픽 개최가 연기될 경우 이 같은 기대는 물 건너가게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두 행사가 예정대로 개최되면 2분기 TV판매량이 전년대비 일본에선 28%, 유럽 지역에선 3~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두 행사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증가분만큼의 기대 수익이 사라진다.

유럽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소비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매출 타격이 이미 시작됐다. 온라인 구매보다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서 TV를 구매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구매 양상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이동 제약이 생길 경우 매출에 치명적이다. 봉쇄 조치가 앞서 시행된 이탈리아에서는 3월 첫째주 가전 판매가 3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해외 출장을 중단한 탓에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칠 수 없는 처지다. 업계는 가전 업체들도 수요를 유지하고 판매 목표를 조금이나마 달성하기 위해 비대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관중 경기라도 열린다면 TV 판매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제품 생산과 물류·재고 상황 등 기존에 수요와 공급을 예측한 계획 전반을 재점검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