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영업도 어려운데…” 보험사 실적 10년 만에 최악

입력 2020-03-17 17:13 수정 2020-03-17 17:15

“보험 영업이란 게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데, 코로나에 금리 인하까지 겹쳐서….”

코로나 사태에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컷’(0.5%p 인하)이 현실화된 17일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고객을 만나서 설득하는 게 보험 일인데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도 못하고, 기존에 준비했던 고객 세미나도 모두 취소됐어요. (계약) 하나도 못한 설계사도 많아요.”

저금리 여파로 실적 악화에 시달려온 보험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제로(0) 금리’라는 이중고에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로 대면 영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사 수익의 근간이 되는 국공채 금리마저 내려가면서 수익성이 더 흔들리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국내 한 대형보험사 설계사(FP)인 최모(34)씨는 “코로나로 고객 상담 약속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최대한 메일 등 비대면 수단을 활용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통상 3월엔 보험 상품 절판 마케팅을 해서 실적이 다른 달보다 좋은데, 올해는 예년과 비교해 어떨지 살펴봐야 할 거 같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보험사 수익성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안정적인 장기 국공채 등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러한 국공채 금리가 내려가고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2019년 보험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9496억원(26.8%)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성장·저출산·저금리의 3중고에 직면한 보험회사들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위축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보험사 간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내실 경영을 추구하도록 감독·검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 속에 일부 보험사들은 신용등급 하향 우려에 처해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6일 한화생명의 ‘A1’ 보험지급능력 평가 등급(IFRS)과 ‘A3’ 후순위 자본증권 신용등급에 대한 하향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한화손보 역시 ‘A2’ 보험금 지급능력 평가 등급이 하향 검토 대상에 오른 상태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