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데 쓰이는 한국산 수송배지 키트 5만1000개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됐다. 수송배지 키트는 피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보존·운반하는 데 쓰이는 물품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국산 키트의 해외 수출이 성사된 건 처음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우리 측에 키트 수출이나 무상지원 요구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국내 키트 수요가 충족되는지 여부를 살피며 수출을 주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17일 국산 코로나19 수송배지 키트 5만1000개가 UAE에 긴급 수출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가 지난 5일 전화통화에서 관련 논의를 한지 이틀 만에 UAE 외교 당국이 키트 구매 요청을 해왔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업체 물색과 물량 확보 등 업무가 신속히 처리되면서 수송배지 키트는 UAE 측 요청 일주일 만인 지난 12일 현지에 도착했다.
청와대는 당초 UAE에 진단키트를 수출했다고 밝혔다가 이후 수송배지 키트로 정정했다. 수송배지 키트는 피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에 포함된 바이러스를 보존할 수 있도록 특수 약품이 들어간 용기를 뜻한다. 진단키트와 함께 코로나19 확진자 판별에 꼭 필요한 도구로 꼽힌다. UAE 측은 진단키트 보유량은 충분한 반면, 수송배지 키트가 부족해 우리 측에 긴급 수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UAE는 수송배지 키트의 수량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최대한 많이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외교부가 국내 업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문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UAE 측에 수출 가능 물량을 통보했다고 한다. 외교부는 수송배지 키트 반출 때문에 국내 수요가 미달하는 일이 없도록 잔여 물량을 파악하는 데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UAE 측은 키트의 대량 확보를 위해 해당 업체와 장기 계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에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키트 도입을 문의해온 국가는 UAE를 포함해 총 17개국으로 파악됐다. 수입 타진과 샘플 키트 요구, 한국 업체 소개 등 다양한 요구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국가는 공적무상원조(ODA) 차원의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무상지원을 요청하는 국가가 있다”며 “(무상지원은) 수출과 다른 문제여서 관계부처 간 협의가 조금 더 필요한 사항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키트 수출을 범세계적인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국내 코로나19 검사가 매우 신속하고도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국산 키트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많은 확진자가 나와 고통을 겪은 바 있다”며 “이제 범세계적 방역에 우리가 적극 기여하는 위치에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