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실험이 시작됐다. 중국 연구진은 원숭이 실험에서 코로나19 항체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최종 해결하기 위한 세계 각국 연구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시애틀의 ‘카이저 퍼머넨트’ 연구소가 18~55세 45명의 건강한 성인 자원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총 4명이 이날 백신 주사를 맞았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약 1개월의 간격을 두고 각기 다른 분량의 백신 주사를 두 차례 투여받을 예정이다.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마친 제니퍼 할러(43)는 “우리 모두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무력감에 빠져 있다. 이번 실험을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두 딸도 허락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백신 실험의 목적은 우려스러운 부작용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백신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되지 않아 참가자들이 주사를 맞아도 감염될 우려는 없다. 백신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복제된 무해한 유전자 코드만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신저RNA-1273’이라고 명명된 이 백신은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과학자들과 바이오테크 기업 모데나 세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했다. 당초 NIAID는 4월에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예정보다 한 달 정도 일정이 빨라진 것이다. 임상 결과도 예상됐던 7~8월 보다 빨리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신이 실제 효능이 있고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돼도 일반에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지난 11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임상시험에 진입하는데 최단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우리가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며 “일반인 대상 실제 접종으로 이어지기까지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세계 전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약 35곳의 회사와 연구 기관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중국 의학과학원 의학실험동물연구소 연구진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코로나19 항체가 발견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원숭이 4마리에게 바이러스를 주입해 감염시켰다. 한달 후 더이상 코로나19 증상을 보이지 않는 원숭이 2마리에게 연구진은 또다시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원숭이들은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랐지만 다른 증세는 보이지 않았다. 2주 후 원숭이들을 안락사시키고 부검한 결과 매우 높은 수준의 항체가 발견됐다. 코로나19 감염 후 건강을 회복한 원숭이들에게서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수 있는 면역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됐다면 백신이 개발되도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겠지만, 항체가 확인된 만큼 그렇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숭이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만큼 참고할 가치가 있는 실험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