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금리’에도 증시 패닉 여전… 남은 무기는 ‘정부 돈 풀기’뿐?

입력 2020-03-17 17:05 수정 2020-03-17 17:07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무엇을 했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유일한 해답은 코로나 진정 뿐이다.”

패트릭 힐리 칼리버 파이낸셜 파트너스 회장은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렇게 말했다. 미 연준의 ‘제로(0) 금리’ 선언에도 지난 16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가 ‘-12.93%’라는 기록적 폭락을 보이자 허탈감을 표출한 것이다. 이날 낙폭은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세 번째로 컸다. 이른바 ‘공포심 지수’로 불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변동성 지수(VIX)는 82.69까지 치솟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치(80.74)마저 뛰어넘었다. 나딘 터먼 솔슈타인 캐피털 최고 경영자(CEO)는 블룸버그 통신에 “우리는 이를 ‘투자 불가’(Uninvestible) 상태라고 부른다”고 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코로나 패닉’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 연준은 이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1.50% 포인트(1.50~1.75%→ 0.00~0.25%) 내리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한국은행도 16일 기준금리를 0.5% 포인트(1.25%→0.75%) 내리며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그러나 극단적 통화정책도 증시 폭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미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기준금리는 이미 0% 수준이거나 마이너스(-) 상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의 경제고문 요아힘 펠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재 경제는 피할 수 없는 불경기로, 금융시장은 하락세를 넘어 붕괴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와 환율은 이날도 극심하게 요동쳤다. 코스피 지수는 42.42포인트(2.47%) 내린 1672.44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1조9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인이 삼성전자(-3.27%), 네이버(-2.58%), 현대차(-3.38%) 등 국내 굴지의 대표기업 주식을 닥치는대로 팔아치우며 외환시장도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17.5원이나 오른 1243.5원에 거래를 마치며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10년 만에 1240원대로 올라섰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코스닥은 2.03% 오른 514.73에 장을 마쳤다. 일본(0.08%)을 비롯해 중국(-0.34%), 홍콩(1.14%) 등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재정정책’이란 마지막 남은 무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이젠 각국의 정부가 필요한 곳에 돈을 살포해 경기를 지탱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6일(현지시간) IMF 블로그에 글을 올려 ①추가적 재정정책(유급 휴가, 기업 세금 경감 등) ②신흥국 통화 스와프 체결 등 외환관리 ③은행 건전성 유지 등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각국의 동참을 촉구했다.

주요 7개국(G7)의 정책 공조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G7 국가는 정상들은 이날 화상 회의 이후 코로나 사태를 ‘인류의 비극’으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을 선언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도 “1200억 유로(한화 약 167조원) 규모의 재정지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국 S&P500 선물 지수는 3.88%(한국시간 오후 5시 기준) 반등세로 돌아섰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