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육아휴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워킹맘 최모(42)씨는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2주 추가 연기되자 남편과 진지하게 육아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두고 있는 최씨는 이미 4주째 집에서 육아와 재택근무를 동시에 하고 있다. 최씨는 “일도 육아도 다 제대로 안되는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우려했던 ‘4월 개학’이 현실화되면서 학부모들은 안도와 막막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쏟아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의 감염 가능성을 줄이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가정보육이 길어짐에 따라 학부모는 물론 자녀들도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의 ‘맘카페’에는 자녀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호소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개학이 또다시 미뤄지면서 맞벌이 부부의 근심도 깊어졌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모(39·여)씨는 지난 3주간 아들을 시댁과 친정에 번갈아 맡겼지만 다음 주부터는 유치원 긴급돌봄을 이용하기로 했다. 남씨는 “마음 같아선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안 보내고 싶지만 내 새끼 귀하다고 어르신들께 계속 폐를 끼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아이들이 하루종일 집에만 머물면서 층간소음 등 생활상의 어려움도 발생하고 있다. 유치원생 아들을 키우는 주부 유모(35)씨는 개학이 연기될 것 같다는 소식에 지난 주말 70만원을 들여 소음방지 매트를 거실에 깔았다. 유씨는 “아이가 한 달 동안 집에만 머물다 보니 아랫집 주민이 경비실에 여러 차례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했다”며 “이 와중에 유치원 개학을 2주나 더 연기한다고 하니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계속 늘어나면서 교육용 제품의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8일까지 어린이 교육용 블록 완구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교육용 블록이나 완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혹시라도 시험이 연기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모씨는 “고3 아들이 한 달이나 학교에 못 가는 상황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대입 전략을 아예 새로 짜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무엇보다 여름방학 기간은 얼마나 될지, 또 수능은 얼마나 연기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전했다.
지방 학부모들은 문 닫은 학교를 대체할 공간 자체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충남 홍성의 한 고3 수험생 학부모는 “지방에는 집과 학교 외에는 공부할 곳도 없다”면서 “대형학원과 입시 관련 시설이 몰려 있는 서울 수험생들은 어떨지 몰라도 지방 수험생은 개학 연기로 인한 타격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