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4월 정기예금으로 맡겨놓은 임대 보증금을 찾으러 경기도 성남에 있는 우리은행 지점을 찾았다. 6개월 후 무조건 상환되고 전혀 위험하지 않은 안전한 상품이라는 은행원의 말만 믿고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1억여원을 투자했다. 그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10월 은행 지점장을 찾아가 “분명 위험이 없으니 걱정 말고 가입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날 내가 녹음을 했어야 했다”고 따졌다. 은행 측은 “녹음 안 하셨어도 (저희가) 그렇게 얘기했던 것을 알고 있다. 신중하게 관리했어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실상 불완전판매를 저지른 일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아직도 투자금액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최근 이런 내용의 피해자 진술서를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 11일부터 라임 피해자 진술서를 접수받고 있다. 17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피해자 진술서에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던 은행의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인 1억원을 맞추기 위해 종잣돈을 투자한 서민들이 다수 피해를 봤다.
‘워킹맘’ B씨는 집을 사려고 마련해뒀던 1억여원을 라임 무역펀드에 투자했다. 우리은행의 한 PB(프라이빗 뱅커)는 “상품 마감이 임박했다. 영업점 근무시간이 지나도 괜찮으니 늦게라도 와서 가입하시라”고 재촉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퇴근 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우리은행 지점을 찾아 펀드에 가입했다.
B씨는 해외펀드의 투자방식이나 수익구조에 관해서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은행원은 그저 6개월 만기에 3% 정도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적금보다 훨씬 좋고, 금융기관이 망하지 않는 한 절대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B씨는 은행원이 서류에 동그라미 쳐주는 부분만 시키는 대로 작성했다. 은행원은 “나중에 본점에서 전화가 오면 다 알겠다고 대답하시면 된다”고 했다.
B씨의 펀드는 지난해 10월부터 환매가 정지됐다. 안전하다는 말을 반복했던 은행원은 “죄송하다. 그런 상품인지 몰랐다”고 발뺌했다. B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은행 측은 선취수수료로 87만원을 떼어갔다. B씨는 “앞으로 자식들에게 은행이 권유하는 건 절대 하면 안 되고, 돈은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이런 피해들이 발생한 배경으로 지난 2015년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돼온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꼽고 있다. 검찰은 펀드를 판매한 금융기관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