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8개 지사에 1만60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사적인 매뉴얼을 준비하고 대응에 나섰다. 전국민의 건강보험료 징수·처리를 맡고 있는 공단은 하루 평균 방문 민원 건수(3월 기준)가 2만8400여건에 달할 정도로 대면 서비스가 많다. 그만큼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공단은 예방의학 전문가인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을 필두로 사태 초기부터 예방 조치, 시나리오별 대처방안을 마련했다.
17일 공단에 따르면 178개 지사의 민원실은 출입 창구를 단일화하고 모든 방문객들을 상대로 발열검사를 하며, 손 소독제를 쓰도록 하고 있다. 민원인과 직원이 대화를 나누는 상담 창구에는 유리나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해 비말(침방울)로 인한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사무실은 하루 2시간 이상 환기를 하고 에탄올과 이소프로판올로 사무집기 및 내부 소독을 하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직원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눠 30분 간격으로 식당을 이용하도록 했다. 식사 중에는 서로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으로 일렬로 앉게 하고, 대화 자제를 당부했다.
모든 행동 지침 중 가장 핵심은 공단 내에서 확진자나 접촉자가 나오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이다.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확진자·의심환자와 접촉한 경우 등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해 직원들이 숙지하도록 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소속 기관에 보고하고 전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보건소 역학조사팀이 올 때까지 사무실에 대기한다. 이후 조사팀의 지시에 따라 별도 공간에 대기하게 된다.
만약 보건소가 해당 층의 부분 폐쇄를 결정하면 기관장은 인력 충원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격리대상이 아닌 직원은 임시상담실 등에서 업무를 진행하기로 했다. 모든 층이 폐쇄되면 기관장은 대체 사업소를 지정하게 된다. 역학조사팀이 격리가 필요 없다고 결정한 직원은 대체 사업소로 이동해 근무를 계속한다. 이 외에 직원이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혹은 직원이 의심환자와 접촉한 경우에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모든 경우에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기관의 자의적 판단을 자제하고 보건소 등 방역 당국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임시공간들도 내·외부에 마련했다. 해외 방문 이력이 있거나 발열 검사 과정에서 증상이 의심되면 사무실 외부에 설치한 선별민원실로 안내한다. 의심증상은 없지만 장시간 상담이 필요한 민원인도 비말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무실 내부에 따로 마련한 면회실에서 응대하고 있다.
자체적인 방역 노력뿐만 아니라 공단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컸던 대구·경북지역 지사 및 유관기관에 3회에 걸쳐 마스크 2만2000장을 전달했다. 김용익 이사장도 지난달 26일 대구·경북을 방문해 대구시민과 의료인력, 공단 직원들을 격려했다. 공단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돋보였다. 직원들은 사회공헌기금 5000만원을 모금해 대구시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적으로 마스크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봉사단원 20여명이 홍천군 장애인근로작업장에서 면 마스크를 제작하는 작업에도 함께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