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아쓰는 나노마스크… 워킹스루… 세계가 주목한 한국 방역용품

입력 2020-03-17 16:46 수정 2020-03-17 18:00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탄생한 한국산 방역·의료 용품들이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드라이브스루와 워킹스루 진료, 세탁해 쓰는 나노마스크, 신속 진단 키트 같은 의료·연구계의 잇따른 혁신이 ‘코로나 고위험국’을 ‘코로나 대응 선진국’으로 뒤집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드라이브스루 진료’ 방식은 ‘빠르고 안전하다’ ‘혁신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 세계로 빠르게 뻗어 나갔다. 운전자가 차에 탄 채 좁은 창틈으로 코로나19 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한 방식이다. 의료진과 접촉면이 좁아 안전하고, 진료실에서 30분 이상 걸리던 검진 시간이 10분으로 줄어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검사 능률은 미국과 유럽의 느린 작업과 대비된다”며 “급속히 퍼져나가는 코로나19에 허가 찔린 다른 나라들에 한국이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이 조기 치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드라이브스루 진료의 탄생은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한 지난 2월 대구 칠곡경북대병원에서였다.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 사투 와중에 ‘커피나 패스트푸드처럼 차에서 검진을 끝내자’는 아이디어가 번뜩인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발 빠르게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도입해 지금은 전국 40여곳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검진시설의 진화는 차내에 머물지 않았다. 공중전화박스처럼 생긴 1인용 음압부스에 걸어 들어와 검진을 받게 한 ‘워킹스루’ 방식까지 등장했다.
의료진이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코로나19 진료 부스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제공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15일 1인용 검체 채취 부스를 선보였다. 바이러스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압력을 낮춘 음압 부스를 4개 설치해 검사 대상자를 받도록 했다. 대상자가 들어오면 의료진은 부스 밖에서 손만 집어넣어 콧구멍과 입안에서 검체를 채취하면 된다. 감염 우려도 낮고, 시간도 검체 채취에 1분, 환기와 소독에 1~2분 밖에 안 걸린다.

한편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마스크 품귀현상은 세탁해서 쓸 수 있는 신소재 마스크 개발로 이어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섬유 마스크. 기존 보건용 마스크와 달리 세탁 후에도 필터 효율이 유지된다. 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연구팀은 세탁 후에도 효율이 유지되는 나노섬유를 개발했다. 이 섬유 소재 마스크는 20번 반복 세척해도 마스크의 여과 효율이 94% 이상 유지된다. 또 에탄올로 살균·세척하면 한 달 이상 사용할 수 있고, 굽힘 테스트도 4000회 견뎌냈다.

이 마스크는 식품의약처의 허가가 빨리 이뤄지면 한 달 내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다만 해당 신소재 마스크의 인체 유해성 우려가 있어 식약처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바이러스 확진자·의심환자를 안전하게 옮길 수 국내 첫 이동식 음압병동도 개발됐다. 국내 중소기업과 특허법률사무소가 공동 개발한 이 음압병동은 움직일 수 있는 병실과 화장실, 음압시스템, 오염방지 저장조로 이뤄진다. 1인만 입실할 수 있고, 외부에 설치된 음압장치가 내부음압을 조정한다. 정화조와 연결배관이 필요 없어 수도와 전기만 있으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

하루 걸리던 검사 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 시킨 ‘신속 진단 키트’는 수출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바이오기업 씨젠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1월 실시간 유전자증폭 검사법(RT-PCR)을 활용한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에 돌입했고,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 2월에는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이후 ‘코젠바이오텍’ 등 여러 회사가 진단 키트 생산에 합류하면서 국내 진단 키트 공급이 안정됐다. 미국 CNN은 “한국은 지금까지 23만명 이상을 검사했다”며 그 원동력으로 씨젠을 조명했다.

신속 진단 키트는 최근 첫 수출에 성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 진단 키트 5만1000개를 긴급수출 형태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수출했다”며 “진단 키트 수출을 공식 요청한 나라 17곳 중 상황에 맞게 빨리 보낼 수 있는 UAE에 (먼저)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생산 업체 중 식약처 수출 허가를 받은 기업만 코젠바이오텍,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솔젠트, 피씨엘, 랩지노믹스, 캔서롭 등 7곳에 이른다.
코로나19 신속 진단 키트. 뉴시스

이밖에 각 지자체들은 코로나19 대책의 ‘리트머스시험지’ 역할을 자처했다. 경북도는 필터교체형 면마스크를 제작해 지역 취약계층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면마스크에 필터만 갈아 끼워 오랫동안 재사용할 수 있다. 보건용 KF94 규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말 입자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충북도는 드론을 활용한 ‘항공방역’을 선보였다. 공중에서 소독약품을 살포하는 드론으로 넓은 면적을 단시간에 소독할 수 있어 관광지 등 외부 방역에 효과적이다.

제주도청은 18일부터 청사내 구내 식당 식탁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한다. 식사 시 비말을 통한 전파를 막기 위해서다. 또, 식당내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본청 등 모든 소속기관 행정 공무원에 대해 3교대 식사를 지시했다.

보건당국의 확진자 역학조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시민들에게 동선을 공개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최첨단 정보통신기술과 추적 데이타시스템이 만들어낸 한국산 ‘코로나 예방 명품’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조만간 각급학교가 일제히 개학하면 맡게 될 급식 시스템도 ‘코로나19 예방’ 원칙을 적용해 바꿀 계획이다. 한사람씩 조리된 밥과 반찬을 일일이 배식받는 방식에서 한 학급의 대표자가 한명분으로 나눠진 음식을 배급받아 나눠주는 방식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