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장발장’, 부도덕 논란 있었지만 후원금 지급받는다

입력 2020-03-17 16:29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한 마트에서 10대 아들과 함께 식료품을 훔쳐 ‘현대판 장발장’으로 불린 30대 가장이 과거 행실 논란에도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인천모금회)는 최근 후원금배분분과위원회를 열고 중구에 거주하는 A씨(35)에 대한 후원금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10일 당시 12세인 아들 B군과 함께 인천시 중구 한 마트에서 우유·사과 등 식료품 1만원어치를 훔치다가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다. 굶주림을 참지 못해 식료품을 훔쳤다고 눈물을 흘리며 마트 대표에게 사죄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현대판 장발장’으로 불렸다.

당시 마트 대표는 A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철회했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이 부자에게 국밥을 대접했다. 또 현장을 목격한 한 사업가는 A씨에게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지기도 해 주변에 큰 감동을 줬다.

이후 뉴스 등을 통해 A씨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자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해당 마트에는 A씨 가족에게 전달해달라며 사람들이 보내온 생활용품이 쌓였고 인천모금회에는 후원금이 2300여만원이나 모였다.

하지만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A씨가 과거 부도덕한 행실을 보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후원에 차질이 생겼다.

이 프로그램은 “A씨가 택시기사로 일할 때 사납금을 제대로 내지 않거나 승객이 택시에 두고 간 휴대전화를 팔아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납금 의혹에 대해서는 반박했지만 “승객의 휴대전화는 부수입으로 챙겼다”며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일부 후원자들은 급기야 후원을 취소했다. 그러나 대다수 후원자가 후원을 취소하지 않아 후원금은 고스란히 남았다.

인천모금회는 고심 끝에 후원자들의 뜻에 따라 후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인천모금회가 자의적으로 후원금의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내부 의견과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A씨의 자녀 2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점도 결정에 큰 몫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후원금 집행은 현물 지원이 아닌 돌봄 지원 형태로 집행된다. 민간사회복지기관이 1년간 B군 등 A씨의 자녀 2명이 잘 성장하도록 돌보고 의료·긴급생계·심리치료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후원금 2300여만원은 이 서비스를 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인천모금회 관계자는 “A씨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두 자녀를 키우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만큼 이들이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라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