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빠졌다는 강남4구 아파트 찾아가보니…“비현실적”

입력 2020-03-17 16:10
“부동산에선 16억원에 거래한 적이 없어요”

16일 서울 송파구 리센츠상가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을 이렇게 말하며 돌려보냈다. 지난 6일 송파구 대장주인 리센츠아파트 84㎡(전용)가 지난해 12월보다 5억원 가까이 떨어진 16억원에 거래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매물을 찾는 연락이 쏟아졌다. 하지만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호가 19억원 선에 머무르는 이 지역에서도 16억원은 상식을 벗어난 금액이었다.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에서는 최근 이처럼 시세를 훨씬 밑도는 몇 건의 급매물이 주목받았다. 정부 부동산 규제가 먹혀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센츠는 그중에서도 낙폭이 가장 컸다. 한국감정원은 이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임을 확인했다.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나 증여는 아니라는 의미다.

한 시민이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을 보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급매물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얼어붙은 매매시장이 몇 건의 비정상 거래로 지나치게 왜곡된 탓에 생긴 해프닝으로 해석했다. 리센츠상가 공인중개사는 “너무 비현실적인 가격이라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 억누르려고 수를 쓰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며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그런 매물은 없다’고 해명하는 데만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동요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에 이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가격 하락도 주목받았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 한 채가 지난 1월에 거래된 같은 평형 아파트에 비해 1억6000만원 가량 하락한 1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당장 강남 규제 풍선효과로 떠오른 마·용·성이 강남 하락세에 영향을 받아 연쇄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가격 하락이 현실화했다기보다 매매 자체가 워낙 적은 탓이다. 마포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이사를 간 상태에서 전세 끼고 매물을 내놨는데, 거래가 안되다 보니 싸게 거래한 것 같다”며 “거래가 워낙 줄어서 올해 들어서 나온 매물 자체가 비교 대상이 됐던 매물 2건(1월, 3월 거래 매물) 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고가 아파트 규제 정책에 따라 조금씩 가격이 하락할 여지는 있다. 우선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대폭 강화된 다주택자·고가 아파트 대상 보유세 인상을 피하려면 6월 이전에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6월이 임박하면 매물이 좀 늘어날 가능성 있고 일시적으로 가격이 확 내려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깝게는 오는 공공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되는 오는 19일에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는 보유세를 확인하고 매도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파트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폐관된 견본주택. 연합뉴스


정부 부동산대책을 염려해 정리될 매물은 이미 거래가 끝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급매물 위주로 집이 팔리고 나면 진짜 투자자들이 7월 이후 강남 아파트를 구매해 시세차익을 노리고 버티기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권 팀장은 “일부 급한 분들이 팔고 빠지게 되면 오히려 강남 시세는 더 견고해진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