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안 된 뱃속 토마토가 증거”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법정 공방

입력 2020-03-17 16:02
방송에서 다뤄진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SBS 캡처

아내와 6세 아들이 살해된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을 다루는 재판에서 피해자의 사망 시점을 두고 피고인과 검찰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법의학자들의 소견을 바탕으로 피고인이 집을 떠나기 전 피해자들이 숨졌다고 주장했지만, 피고인 측 변호인은 사망시간 추정에 충분히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모(42)씨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조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다세대 주택의 안방 침대에서 아내 A씨(42)를 살해하고, 옆에 누워있던 6살 아들까지 흉기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시신은 딸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을 찾은 부친에 의해 발견됐다. 현장에는 범행 도구나 CCTV 등과 같은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자료와 감정 등을 바탕으로 조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그러나 조씨 측은 법정에서 “조씨가 집에서 나올 때 아내와 아이가 모두 살아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에 검찰은 조씨가 밤 10시가 넘어 함께 잠이 들었고 오전 1시 잠에서 깨 작업실로 갔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조씨가 밤 12시쯤 4분간 경마 관련 앱에 접속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아내 A씨와 아들이 사망 전 오후 8시쯤 저녁으로 스파게티와 닭곰탕을 먹었는데, 사망 후 위(胃)에서 각각 토마토와 양파 등의 내용물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증인으로 나온 법의학자 유성호 서울대학교 교수도 “위 내용물을 보면 망인이 식사를 마치고 4시간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후 8시쯤 식사를 마쳤다면 다음날 오전 0시 무렵에는 위 내용물이 비어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을 추정한 근거가 되는 ‘위 내용물 검사’가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정확한 방법인 만큼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을 특정할 수 없어 조씨에게 살인 혐의를 물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유 교수는 “어떤 사망 시점을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일정한 범위는 제시할 수 있다. 대략적인 사망 시간은 추정할 수 있다”면서 “이 사건에서 위 내용물 감식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씨의 재판에는 그동안 여러 법의학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모두 피해자들의 위 내용물과 소화 상태를 고려하면 이들이 음식물 섭취 이후 6시간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아내와 아들이 사건 당일 오후 8시 이전에 저녁 식사를 마쳤고, 조씨가 오후 9시쯤 집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 1시 30분쯤에 나왔다면 외부 침입 흔적도 없는 만큼 그 시간 사이에 조씨가 모자를 살해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증인 신문을 한 번 더 진행하고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