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사활을 건 북한이 주민들에 대한 ‘심리 방역’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나타나면서 민심 동요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17일 ‘전염병을 대하는 심리적 반응과 심리 조절 방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 증상을 소개했다. 신문은 몸의 각종 증상을 코로나19와 연관 짓거나 엘리베이터 버튼과 손잡이를 만지지 못하는 행위, 작은 일을 갖고 크게 화를 내는 것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호흡법과 근육이완법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노동신문에 주민 심리를 다룬 기사가 나온 것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다. 격리와 이동 제한 조치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최근 북한 매체는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평안도와 강원도에만 7000여명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감시 대상자 수는 만 명 단위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주민들의 이동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을 떠나 동해안에 머무르면서 군사 관련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경제시찰 활동은 완전히 중단하면서 당과 내각의 고위 간부들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사리원 유기질 복합비료공장과 남포 의료기구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박 부위원장이 흰색 마스크를 쓰고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듣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됐다. 김재룡 내각총리는 지난 15일 황해남도 은률광산을 시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경제현장 방문을 꺼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난의 책임을 자신이 아니라 고위 간부들에게 돌리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