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10분의 1로 줄었다 아입니꺼.”
17일 낮 12시 대구 도심 번화가 동성로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처럼 말했다. 이곳에서 모자와 액세서리 등을 파는 신모(67)씨는 “나도 보름정도 가게 문을 닫았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다시 문을 열었다”며 “처음보다 동성로에 사람이 더 늘어나긴 했지만 손님은 여전히 없다”고 말했다.
동성로는 점심시간이면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많이 찾는 장소다. 하지만 이날 이곳에는 식당, 커피숍, 상점 등을 가리지 않고 ‘휴업’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가게들이 여전히 많았다. 직장인들이 동성로 골목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골목 입구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도시락 등을 사들고 다시 돌아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문을 연 식당 역시 손님은 많지 않았다.
대구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서문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선시대에 개장한 서문시장은 개장 이래 처음으로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다가 최근 80% 정도의 점포가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서문시장 상인은 “사태 초기보다는 손님이 더 찾아오고 있지만 아직 예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31번째·신천지 신도)가 발생한 후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확진자는 6000명을 넘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가 하루 30명대로 떨어지는 등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신천지발 확산이라는 큰 불길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대구의 경제와 시민들의 일상은 망가져버렸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빅데이터 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의 지난달 9~29일 인구유동량은 150만명으로 같은 시기(1000만명)보다 8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지표도 ‘위기’ 상황임을 보여 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가 최근 회원 조합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피해 긴급전화 모니터링조사’에 따르면 3월 대구·경북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67.3으로 전월(73.4) 대비 6.1포인트 하락했다. 지역 전통시장 매출이 평균 85% 감소한 것을 비롯해 외식업 매출도 60% 줄었다. 여행 관련 상품은 90% 이상 취소됐고 택시업계 매출도 90% 정도 급감했다. 섬유 기업들은 전년 대비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매출은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수출, 취업자수도 줄고 있는 추세다.
대구·경북지역 자동차부품업계도 지난달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구지역 한 자동자부품업체 간부는 “지역 1차 협력업체들의 경우 현기차에 몰려 있는 구조인데 우리 회사도 지난달 현기차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매출액이 목표의 60% 정도에 머물렀다”며 “그나마 이번 달부터 정상 가동이되기 때문에 매출액이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도 걱정이 많다. 지금은 당장은 버티더라도 나중에 손실이 누적돼 상황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 경남에서 관급공사를 주로 하는 A업체 전모(42) 대표는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일하러 오지 말라는 곳이 많아 힘들었는데 그나마 우리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이 많아 조금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일을 못가 밀린 사업이 많은데 나중에 다 해결하려면 인력과 자금이 2~3배 더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관급공사가 줄어들 가능성도 커 하반기를 버티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구와 경북 청도·경산·봉화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대구시 등은 시민들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시민들도 힘들어하고 있다. 한 달 정도를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등 감염예방을 위한 자발적 격리를 시행하다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상담을 받은 사람은 1만9763명이다. 이중 확진자가 7221명, 확진자 가족이 461명, 격리자가 1만37명, 격리자 가족이 103명이다. 일반시민도 1951명이나 된다.
대구시는 오는 28일까지 2주 더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개인위생을 지키는 ‘코로나19 종식 328대구운동’을 시민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대부분은 잘 지키고 있지만 일부에서 경영난 등을 이유로 문을 여는 학원, 노래방, PC방 등도 나오고 있다. 외부 활동을 하는 시민도 조금씩 생겨나는 분위기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소규모 집단감염 등의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에 조금 더 위생과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힘든 것은 알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그만큼 빨리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