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 전문병원 개원 허송세월…조선대병원 준비작업 늦어져

입력 2020-03-17 15:13 수정 2020-03-17 15:47

신종 감염병 대응과 확산방지를 위한 권역 전문병원 개원이 늦어지고 있다. 만일의 국가적 재난상황에 대비해 국회에서 이미 예산을 책정했지만 그동안 허송세월만 보냈기 때문이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조선대병원의 경우 2017년 8월 국립중앙의료원과 함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아 298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2015년 전국에 몰아닥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향후 에볼라 등 바이러스성 출혈열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신종 감염병의 대규모 확산을 막는 국가적 치료체계를 갖추자는 차원이었다. 환자 이동 최소화를 통한 지역 간 전파 차단과 환자 상태에 따른 효율적 진료를 위해 중앙과 권역에 전문병원을 별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감염병 임상연구·교육 기능까지 담당할 중앙은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시기에 맞춰 전문병원을 세우고 연계·협조체계를 갖출 권역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별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서면·발표 평가, 현지실사 등을 거쳐 호남 중부 영남 3개 권역 공모에 나섰다가 중앙과 호남권역 2곳에만 오는 2021년까지 전문병원을 개원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조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고위험 감염병 및 원인미상 질환 대응을 위한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전국 최초로 조선대 간호대학 인근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은 3년여 동안 개원준비와 예산집행이 늑장을 부리면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예결위는 최근 “권역 전문병원 구축을 위해 2017년부터 편성된 예산이 대부분 집행되지 못했다”며 “2019년 말에야 설계용역 발주서 작성을 마쳐 2021년도 완공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예결위는 또 “국내에서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치된 선례가 없어 전문병원 기준 수립과 총사업비 확정에 장기간이 걸렸다”고 지연 이유를 제시했다. 외부와 차단되는 공조방식과 급기·배기설비, 음압밀폐구역 운영, 역류방지 급수·급탕 배관, 폐수처리 등 전문병원 운영에 필수적인 건물의 설계 기준을 만드는게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치료 백신이 없는 신종 감염병은 100개 이상의 대규모 음압병상 등을 갖춘 전문병원에서 환자 격리를 통해 추가 전파를 차단하는 게 유일한 대응방안이다. 하지만 기존 국내 병원들은 많아야 3~9실의 음압병상 밖에 없어 감염병을 전담하는 전문병원을 설립해 국가방역체계 차원에서 대량 환자발생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조선대병원 측은 “사업부지 확정과 개원준비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시급성이 제기된 만큼 최대한 서두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선대병원 측은 늦어도 2022년까지 개원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