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안과 전염병이 만났을 때…네타냐후 ‘월권’ 공포

입력 2020-03-17 13:40
지난 2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3차 재선거에서 투표가 마감된 후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총리와 아내 사라 네타냐후(왼쪽 첫 번째) 여사가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장기집권 중인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스마트폰 정보 수집 등이 국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할뿐만 아니라 정권 연장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키로 한 것 등을 두고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랜 기간 권력을 유지해 온 네타냐후 정권이 코로나19를 핑계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제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15일 정보기관 신베트가 코로나19과 관련한 스마트폰 정보를 수집하도록 허용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신베트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위치 등의 정보를 법원의 영장 없이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이스라엘 법무부는 수집된 정보가 보건당국에만 제공되며 이용된 정보는 즉시 삭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같은 날 자가격리 명령을 어기는 시민에게 최대 6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들과 반(反) 네타냐후 진영은 “부패한 정권에 너무 많은 권한을 허용하게 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무려 14년의 집권을 이어 온 네타냐후 총리가 정적들을 축출해내고 권력을 연장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시점에서 손에 쥔 정보들을 악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중도 성향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를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연임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지 언론들은 간츠 대표가 의회에서 연립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61석)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간츠 대표는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을 법적으로 저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총리의 임기를 제한하고, 검찰에 기소된 총리가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야권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첫 재판은 17일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오는 5월 24일까지 연기된 상태다.

말키엘 블라스 전 이스라엘 법무부 차관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지금같은 위기 속에서도 시민들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면서 “바이러스의 확산과 감염은 막아야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권을 아무런 제한없이 짓밟아도 된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