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좀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시즌1이 다져놓은 성공가도를 더 단단해진 조선의 좀비가 힘차게 내달리고 있다. 완성도 높은 대본과 압도적 연출의 승리다.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드라마 ‘킹덤’ 시즌2가 13일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1년 2개월만이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시즌1을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TOP 10’으로 선정했다. 현재 외신들은 “시즌2는 워킹데드보다 훌륭하다”며 극찬하고 있다.
‘킹덤’ 시리즈는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좀비’를 한국의 드라마로 끌어왔다. 조선시대 창궐하는 역병으로 바꿔 동서양의 조화를 표현했다. 시즌2에는 좀비가 넘실대는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일가의 탐욕과 불신의 늪에 빠진 왕세자 창(주지훈)의 사투가 담겼다. 시즌1에서 창이 좀비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면 시즌2는 인간의 탐욕과 마주하는 서사에 집중했다.
반응은 뜨겁다. 시즌2 공개 전부터 미국 타임스퀘어 등에 옥외 광고가 게재됐다. 공개 직후 미국 포브스는 “‘워킹데드’와 초반부가 비슷하지만 더 훌륭하고, ‘왕좌의 게임’처럼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스릴리스트는 “단순한 좀비 쇼 이상”이라며 “우리는 몇 주간 외출하지 않고 TV만 볼 것이다. 타락한 왕비와 거대한 군대, 좀비가 활보하는 조선을 그린 한국의 완벽한 봉건 드라마를 폭식하기 더없이 좋은 시기”라고 보도했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킹덤’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인 복선에 주목했다. 매체는 “창이 세자를 포기했지만, 좀비에게 물리고 치료받은 후 왕이 된 태자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다”며 “넷플릭스는 아직 킹덤 시즌3를 예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킹덤’ 시리즈는 곳곳에 복선을 깔고 또 회수한다. 시즌2는 복선을 거두며 생사역의 실체와 치료법, 좀비 퇴치법을 녹였다. 왕위를 이으려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 한 왕비의 실체가 드러났고, 창을 감시해 조학주(류승룡)에게 보고하던 첩자의 정체도 공개됐다. 생사역의 비밀이 공개되면서 드라마 주제 의식도 선명해졌다. 시즌1이 탐관오리 밑에서 괴로워하는 민초의 배고픔을 좀비라는 소재에 투영했다면 시즌2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부각된다.
시즌3를 염두에 뒀을까. 또 다른 복선을 깔았다. 시즌2 말미에 서비(배두나)는 “생사초에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말하면서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생사초는 전국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를 팔고 다니는 미지의 인물이 언급되는데, 바로 전지현이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생사초가 전국 농민에게 팔리고 있는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판매한 여자(전지현)를 발견했지만 동기는 아직 알 수 없다”고 긴장감을 높였다.
시의성도 잡았다. 시즌2는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시기에 공개됐다. 미국 포브스는 “좀비 전염병의 시발(始發)에 관한 드라마를 보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은 초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창이 “이곳이 뚫리면 모두 죽는다”고 말하는 장면과 전염 지역을 봉쇄하는 설정은 낯설지 않다. 특히 서비의 “역병도 끝날 것입니다.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면 이 모든 악몽이 끝날 것입니다”라는 대사에서 희망을 읽었다는 평도 나왔다. 시즌2는 이런 사건이 또 도래할 거라 예고했다. 하지만 그곳엔 여전히 이를 막으려는 이들이 있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