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산업 중심지, 코로나19가 뒤흔들다

입력 2020-03-17 12:19 수정 2020-03-17 12:26
올가 쿠릴렌코.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를 강타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배우 톰 행크스를 비롯한 유명 배우들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고, 굵직한 작품들은 줄줄이 제작중단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 뉴욕과 LA의 극장은 전면 폐쇄됐다.

배우 톰 행크스-리타 윌슨 부부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은 할리우드를 충격에 빠뜨렸다. 톰 행크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아내 리타와 나는 호주에 있다. 우린 감기에 걸린 것처럼 피곤함과 추위, 통증을 느꼈다”며 “리타는 오한을 느꼈고 열이 났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행크스 부부는 16일 확진 판정 5일 만에 병원을 나와 호주에서 집을 빌려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톰 행크스는 호주에서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기 영화 촬영을 준비 중이었다. 그의 확진으로 영화 촬영은 전면 중단됐고, 스태프들도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에는 ‘007 퀀텀 오브솔러스’의 ‘본드걸’로 잘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 배우 올가 쿠릴렌코의 확진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자신의 SNS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집에 격리돼 있다. 거의 일주일 동안 아팠다”며 “열이 나고 피곤한 것이 내 증상이다. 자신을 돌보고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고 썼다. 당초 올가 쿠릴렌코는 배우 유연석과 함께 영화 ‘고요의 아침’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확진으로 영화 제작에 차질을 빚게 됐다.

영국 BBC 드라마 ‘루터’와 영화 ‘토르’ 등에서 활약한 이드리스 엘바도 코로나19에 걸렸다. 그는 1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나는 괜찮다.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격리돼 있었으나 증상은 없다. 내가 어떻게 패닉에 빠지지 않았는지 계속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할리우드 영화들의 제작 중단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에서 촬영 중이었던 ‘더 배트맨’은 촬영 일정을 2주 연기했다. 지난 2월부터 호주에서 촬영 중인 ‘샹치’도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감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며 제작이 멈췄다. 아시아 지역 개봉 일정 연기만 고려하던 영화들도 세계적으로 개봉 스케줄을 다시 조정 중이다. 디즈니의 ‘뮬란’은 3월 말 개봉을 강행하려 했으나 북미와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 연기로 가닥을 잡았다. ‘분노의 질주9’ ‘엑스맨: 뉴 뮤턴트’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도 일정을 조정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아예 극장이 문을 닫았다. 사람들이 모이는 시설의 영업이 중단돼서다. 미국 전미극장주협회 주최로 열리는 세계 최대 영화 산업 박람회 ‘시네마콘 2020’도 전면 취소됐다. 올해 시네마콘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라스베가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유명 스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권유하고 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SNS에 영상과 함께 “가능한 한 집에 있어야 한다. 전문가의 말을 듣고 바보들을 무시하라. 외출하지 말고, 식당에도 가지 말라”고 말했다. 가수 겸 배우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SNS에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많은 모임과 파티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가. 그러나 지금은 가능한 한 격리 생활을 해야 할 때”라고 적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