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7월 설립을 목표로 출범한 설립준비단이 공수처의 영어명칭 결정을 위해 전문가 자문을 받는 중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지난 10일 활동을 개시한 준비단은 공수처의 영어명칭과 약칭을 두고서도 많은 토론을 벌이고 있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에 따르면 준비단은 최근 행정안전부 ‘영어명칭자문위원회’ 위원 7명에게 공수처의 적당한 영어명칭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준비단은 ‘처’가 새로 설립되는 만큼 행정안전부 예규(정부조직 영어명칭에 관한 규칙)에 따라 ‘미니스트리(Ministry)’를 쓸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 미니스트리는 ‘부’와 ‘처’에 대응해 사용하는 영어명칭이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부패방지기구라는 취지를 표현해야 하는 준비단의 입장에서는 ‘미니스트리’를 쓰는 것이 적절한지부터 점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준비단은 실제 “공수처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적당한 명칭을 추천해 달라”고도 위원들에게 요청했다. 준비단은 앞선 자문회의에서 영어명칭 이전에 공수처의 약칭 관련해서도 ‘공수처’ ‘수사처’ ‘공직수사처’ 등 후보들을 두고 토론해 왔다. 초유의 기구가 신설된 점, 정부나 집권세력으로부터 독립돼 있다는 새로운 정체성을 반영해야 하는 점, 그러면서도 의사소통을 도와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공수처의 약칭 결정에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조직 영문 명칭은 국민과 외국인이 조직의 기능과 체계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준비단이 앞선 법안 통과 과정에서 공수처와 유사한 해외 부패방지기구로 거론됐던 사례들을 참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Corruption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이나 홍콩의 ‘염정공서(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가 그 예다. 다만 이들 국가에서도 ‘미니스트리’를 쓰고 있지는 않다. 준비단은 이달 중 행안부와 협의를 마친 뒤 다음 달 공수처의 영어 명칭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준비단에는 법무부와 경찰청, 기획재정부 등에서 파견된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준비단은 법령 검토와 각종 명칭 결정 이외에도 홈페이지 구축 작업 등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개발업체와 계약 체결 단계인데, 7월 15일 공수처법 시행일 이전에 홈페이지 구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곽 의원은 “영어 명칭 결정에 시간을 들일 때가 아니다”며 “공수처 출범 자체를 원점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