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5일간 전 국민 이동 금지령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쟁 중’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사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저녁(현지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코로나19 제2차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는 전쟁 중이다”며 전 국민은 필수적인 사유가 아니면 이동을 하지 말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금지령은 17일 정오부터 발령되며 15일 동안 이어진다. 프랑스 시민들은 생필품·의약품을 구하거나,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장에 다니는 등 필수적인 이유가 아니면 이동에 제약을 받는다. 프랑스 정부는 전국 주요 거점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10만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이동금지령을 위반하는 사람을 처벌한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실내·외 모임도 모두 허용하지 않는다며 가족이나 친지 모임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책을 하거나 공원이나 거리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은 더이상 불가능하다. 통제가 있을 것이지만 최선은 자발적으로 책임감과 연대 의식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가 이처럼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 한몫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차 대국민담화에 이어 나흘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앉아 “전문가들이 상황의 위중함을 경고하는데도 많은 사람이 마치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공원, 시장, 레스토랑, 바에 모여 외출 자제 권고를 무시하는 것을 봤다”고 성토했다.
이어 “증상이 없어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친구와 부모 등 소중한 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며 “의료진이 생명을 구하려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연대 의식과 책임감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전쟁 중”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쓰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평화 시에 이런 특단의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며 현 상황이 전쟁에 준하는 비상상황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연합(EU)과 솅겐 지대의 국경도 원칙적으로 한 달간 봉쇄한다. 솅겐 협정은 유럽의 국경 간 자유 이동체제다. 협정에 가입된 유럽 26개국의 국민은 국경 통과 시 사증이 필요 없고, 여권검사도 생략해 회원국 간 이동의 자유가 보장돼 왔다.
여기에 22일 예정된 지방선거 결선투표도 전격 연기했다. 프랑스 정부는 애초 전국 3만5000개 코뮌(지방행정단위)의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 1차 투표를 지난 15일 강행했다.
기권율이 56%에 달했는데 2014년 지방선거 때보다 2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프랑스에서는 투표율 대신 기권율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한편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금까지 6633명이고, 이 가운데 148명이 숨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