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경폐쇄 속출 “페루 한국 관광객 150명 발 묶여”

입력 2020-03-17 09:50
(리마 AFP=연합뉴스) 페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강제적인 사회적 격리 조치를 단행한 이튿날인 16일(현지시간) 수도 리마의 한 도로에서 군인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주 페루 한국대사관은 150명 한국인 관광객의 발이 묶여있다고 17일 밝혔다. 16일(현지시간) 페루 정부의 국경폐쇄 조치 이후 페루 내 한국 관광객 현황을 파악한 결과다.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중 137명이 귀국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 페루 정부는 17일 자정부터 육로와 항로, 해로 모든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국경을 통한 입국은 물론 출국도 금지된다. 페루 정부는 또 페루 내 모든 사람이 15일 동안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갑작스러운 봉쇄 조치에 한국 관광객들도 오도 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15일간 숙소에 갇혀 있어야 한다. 장기 여행이 많은 중남미 여행의 특성상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확산하기 전에 여행을 떠난 경우가 많다.

증상 유무와 여행력과 무관하게 전 국민이 생필품과 의약품을 사거나 병원에 갈 때 등을 제외하곤 외출할 수 없다. 다만 필수 인력 등은 근무를 이어가 전기, 수도, 통신 등 공공 서비스는 계속 제공할 예정이다.

박선태 주 페루 대사 대리는 "미주, 아시아 다른 국가 대사들과 함께 오늘 페루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출국 허용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귀국을 원하는 국민을 도울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루 외에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잇따라 국경폐쇄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15일간 모든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외국인은 모두 입국이 금지된다.

주 칠레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현재 체류 중인 여행객은 국경 폐쇄로 항공편이 취소될 수 있으니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라"고 당부했다. 칠레에선 지금까지 15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전날 하루에만 80명이 늘었다.

과테말라의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도 이날 2주간의 국경 폐쇄 조치를 발표했다. 17일 자정을 기해서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다. 육로의 경우 과테말라 국적자와 거주자에 한해 입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파라과이, 파나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로 한 상태다.

멕시코의 경우 입국을 제한하진 않았지만 멕시코항공사 아에로멕시코가 한국과 중남미를 잇는 유일한 직항 노선인 인천-멕시코시티 노선을 갑자기 중단하기로 하면서 예약 고객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