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에 “WHO 조언 따른다” 입장문 링크
아베 “G7정상들, 올림픽 완전한 형태 지지”
일본 언론 “도쿄 조직위원들 2년 연기론 합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림픽 복싱의 유럽·미주 예선을 중단했다. 이 결정을 알린 성명의 마지막에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는 짧은 문장을 덧붙여 기존의 강행 의사를 되풀이했다.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를 놓고 일본 안에서도 비관론이 팽배하지만, IOC와 일본 정부만은 강행론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도록 지지를 얻었다”며 반색했지만,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안에서는 ‘2년 연기’로 의견이 모아지는 정황이 포착됐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종목별 국제단체 대표자들이 17일 밤 9시(한국시간) 화상 통화로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할 컨퍼런스 콜은 강행론과 연기·취소론 사이에 놓인 올림픽의 개막 시점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IOC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 본부에서 성명을 내고 “영국에서 지난 14일에 시작돼 오는 2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올림픽 복싱 유럽 예선을 이날 저녁 경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구성된 IOC 복싱 태스크포스는 당초 이날 오전만 해도 유럽 예선의 무관중 경기를 계획했지만, 반나절 만에 중단을 결정했다.
오는 5월로 예정된 미주 예선도 취소됐다. IOC는 “선수, 임원, 출전자 보호가 최우선이다. 세계 60개국 출전자들이 여정을 조정하고 귀국할 수 있도록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남은 본선 진출권을 오는 5~6월 중으로 배분할 목표를 세우고 매일 상황을 평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본선 개막일인 7월 24일은 이제 129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상급 선수를 상당수 보유한 유럽·미주 복싱은 올림픽 예선에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IOC는 성명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성명의 마지막에 “IOC는 최근 성명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The IOC is fully committed to the success of the Olympic Games Tokyo 2020, as was recently outlined again in the following statement)”고 덧붙였다.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기존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IOC는 이 문장에 다른 성명으로 이동할 수 있는 웹페이지 주소를 연결했다. 이 주소를 누르면 올림픽 강행 의사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세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지난달 중순에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 WHO의 조언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난 12일자 성명이 나온다.
지난 12일은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날이다. 다만 IOC가 스위스 로잔 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마치고 가장 강한 어조로 “모든 선수들은 계속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라”고 선언했던 지난 3일자 성명을 연결하지 않은 점을 놓고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12일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면서도 ‘WHO가 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라는 질문에 “WHO의 조언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이 발언을 놓고 바흐 위원장이 일본 정부와 함께 기조를 유지해 온 올림픽 강행론에서 한발 물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IOC가 이날 올림픽 강행 의지를 재확인한 성명에서 웹페이지 주소로 연결한 지난 12일자 성명에도 “WHO의 조언을 따르겠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태도를 미묘하게 바꾼 바흐 위원장과 다르게 올림픽 강행론을 견지하는 아베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도록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G7은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로 구성돼 있다. G7 정상들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16일 밤 11시부터 약 50분간 화상회의로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내부 의견은 아베 총리의 의지와 다르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17일 “다카하시 하루유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이 내놓은 2년 연기 방안에 여러 위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오는 30일로 예정된 조직위 이사회에서 이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카하시 위원은 지난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올여름에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면 1∼2년 연기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내년 스포츠 이벤트 일정이 거의 정해져 2년을 연기하는 쪽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유럽 축구 등 메이저 경기 일정을 고려할 때 올림픽의 연내 지연은 어렵다는 것이 다카하시 위원의 판단이다.
닛칸스포츠는 “2년 연기를 주장하는 위원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점도 고려하고 있다. 2년이면 백신 개발까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흐 위원장과 올림픽 종목별 국제단체 대표자들은 이날 밤 9시 각국을 인터넷망으로 연결해 의견을 나누는 컨퍼런스 콜을 진행한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서울 세종대로 연맹 사무국에서 올림픽 정식종목 중 유일한 한국 대표자로 회의에 참여한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국적이나 종목과 무관하게 IOC 위원 자격으로 이 회의에 참여해 올림픽 예선 진행 상황을 청취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