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에도 다우지수 3000p 곤두박질…블랙먼데이 이후 최악

입력 2020-03-17 07:15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부양책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지속하면서 폭락했다. 특히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000포인트를 넘나들는 폭락세를 이어가다 막판에 3000포인트까지 밀렸다. 이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이다.

미국 동부 시각으로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97.10포인트(12.93%) 폭락한 20188.5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24.89포인트(11.98%) 추락한 2386.1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970.28포인트(12.32%) 폭락한 6904.59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12일 이후 2거래일 만에 1987년의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하락률을 경신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또 개장 직후에 거래가 15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또 다시 발동됐다. 이달에만 벌써 세 번째다.

이같은 폭락은 뉴욕 연방은행이 내놓은 3월 제조업 경기지수가 마이너스 21.5로 2009년 3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8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한 발언이 투자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다우 지수 구성 30 종목 모두 하락했다. 항공기주 보잉이 20%이상 곤두박질 쳤고 중화권 이외 직영점 전부를 일시 폐쇄한다고 발표하면서 스마트폰주 애플도 13%나 떨어졌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긴급 연방공개시작위원회(FOMC)를 열고 제로 금리정책과 양적 금융완화 재개를 결정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연준은 전날 기준 금리를 제로(0~0.25%)로 100베이시스포인트(bp) 전격 인하했다. 또 7000억 달러 규모 양적완화(QE)도 발표했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달러 스와프 금리를 25bp 내려 달러 유동성 공급을 돕기로 했다. 이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 수준의 처방을 쏟아낸 셈이다.

연준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공격적 조치를 내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각국에서 이동제한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경제 활동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집에 머물라며 사실상 이동금지 명령을 내렸다. 캐나다도 자국 시민과 미국 시민 등을 제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각국에 대한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해당 제안은 다음 날 EU 정상 간 화상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프랑스와 미국 뉴욕주 등에서는 음식점 영업 제한 조치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런 불안 요인에 큰 폭 하락하던 주요 지수는 장 후반에는 낙폭을 더 키웠다.

국제 유가도 이날 재차 폭락해,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30달러 선을 하회하는 등 위험자산 시장 전반이 불안했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 가격도 2%가량 하락했다. 금융시장 전체가 불안한 가운데 현금 확보를 위해 금도 팔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뉴욕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려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42.99% 폭등한 82.69를 기록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