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책 논의하려다 말싸움만 한 미국·중국…“오명 씌워” “루머 퍼뜨려”

입력 2020-03-17 05:39 수정 2020-03-17 07:49
미국·중국 외교수장, 16일 전화통화
양제츠 “중국에 먹칠 시도, 강한 반격 부딪힐 것”
폼페이오 “중국, 미국에 코로나19 비난 떠넘겨”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9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미 국무부 청사에서 가졌던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 정치국원이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외교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위해 16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가졌다.

그러나 감정의 골만 더 깊어졌다. 미·중은 전화통화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상대방을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에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고, 미국은 “기이한 루머를 퍼뜨리지 마라”고 반격했다. 실제 통화에서 더욱 거친 말이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 인민의 노력을 통해 세계가 방역 업무에 나서는 데 귀중한 시간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CC)TV가 보도했다. 양 정치국원은 “시진핑 주석의 직접 지휘 아래 전체 중국 인민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중국 당국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와 미숙한 대처로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은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는 반면 미국·유럽 등지로 코로나19가 퍼지자 우한 봉쇄 등을 통해 인류에 공헌했다면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양 정치국원은 그러면서 “미국의 일부 정치인이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폄훼하고 중국에 오명을 씌우고 있어 중국 인민의 강한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을 먹칠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도 중국의 강한 반격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CTV는 양 정치국원의 발언만을 전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따로 소개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도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을 거세게 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에 대한 비난을 미국으로 돌리려는 중국의 노력에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지금은 허위정보와 기이한 루머를 퍼뜨릴 때가 아니며 오히려 모든 국가가 공동의 위협에 맞서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역시 양 정치국원의 발언은 전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에서 시작된 외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이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뚜렷한 근거를 대지 않은 채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 분개한 미 국무부는 미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